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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an 13. 2021

포커 게임과 술자리에서 찾은 아이디어

재포스의 토니 셰이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 : a path to profits, passion, and purpose)

토니 세이 저 /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재포스의 창업자가 저술한 책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있는데 1부는 <돈>이라는 제목으로 성장기와 재포스에 합류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2부는 <돈, 열정>으로 재포스가 믿고 지키는 여러 중요한 철학을 논한다. 3부는 <돈, 열정, 사명>으로 평범함에 머무르지 않고 더 높이, 더 멀리 전진하자는 재포스의 비전을 서술하고 있다.

이 중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3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말하고자 한다.


첫째, 포커 게임에서 테이블 선택과 비즈니스에서 업종 선택의 중요성


토니 셰이는 포커를 좋아했다. 그리고 포커와 비즈니스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포커에서 배운 교훈을 사업에도 적용했다. 그중에서 포커 테이블 선택은 도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처음엔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후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살피며 전략을 짜는데 골몰했으나 게임은 테이블에 앉기 전에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칩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미 녹초가 된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것이 비즈니스에선 시장 기회의 판단이다.


선택한 테이블에서 이기는 것이 너무 힘들면 테이블을 바꿔도 된다. 포커든 사업이든 인생이든 당장 하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몰두하기 쉽고, 따라서 테이블을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잊기 십상이다. 테이블을 바꿀 때가 오면 바꿔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CEO가 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가 업종의 선택이다. 업종이 부적절하거나 시장이 너무 작으면 아무리 사업을 잘 이끌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토니 셰이는 대학을 졸업 후 오라클에 취업을 했다. 5개월 만에 퇴사하고 친구와 Link Exchange를 창업해서 1998년 MS에 2억 65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조건은 토니가 1년간 CEO로 근무해야 한다는, 이행하지 않으면 인수금액의 20%를 포기하는 조건이었다. 토니는 “1999년은 한 번밖에 없어. 너는 대체 뭘 할 거야?”란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는데 돈을 더 벌기 위해 1년을 썩일 순 없다는 결론을 냈다. 거액을 포기하고 사직했는데 이 결정이 인생에서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투자 펀드를 운영하다 투자한 기업인 자포스의 CEO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둘째, 술자리에서 발견한 아이디어, 컬처 북


토니 셰이는 본사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했다. 포커 게임을 좋아했고 라스베이거스 분위기를 좋아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재포스 직원들이 아는 사람이 없어서 사무실 밖에서도 함께 어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네 술집에서 술을 같이 마실 때 좋은 발상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이 부분을 선정한 것은 나의 주요 관심 분야가 <드링크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술과 음식을 같이 마시고 먹으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친목이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만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전자 분야의 권위자인 무라카미 카즈오 교수는 연구가 난관에 부딪쳤을 때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돌파구를 찾게 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무라카미 카즈오 교수에 의하면 낮의 과학과 밤의 과학이 있는데 큰 발견은 규칙을 깨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밤의 과학과 드링크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기술하도록 하겠다. 지혜의 향연으로 번역되는 심포지엄(Symposium)의 의미는 Drinking Together이다.


술자리에서 직원들과 재포스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 ‘재포스 컬처 북’이다.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문화를 두세 문단으로 묘사한다면 무슨 말로 하겠는가? 회사 동료들에게도 해보라고 한다면 그들의 대답이 당신의 대답과 얼마나 비슷하겠는가? 재포스 문화가 자신에게 지니는 의미’에 대해 직원들의 짧은 답변을 받고 소책자로 만들었다. 이때가 2004년이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재포스 문화란 무엇인가?

다른 기업문화와 비교해서 무엇이 다른가?

여러분이 우리 문화에 대해 좋아하는 점은 무엇인가?


컬처 북이라는 존재는 회사로 하여금 핵심가치에 초점을 맞추게 한 강력한 도구였다. 회사의 문화와 핵심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모든 직원이 맥을 짚기 위해 시작된 컬처 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공급업체와 파트너들, 그리고 고객들에게도 의견을 요청하고 함께 했다.


재포스 컬처 북 : https://www.zapposinsights.com/culture-book


이어서 재포스 문화를 핵심가치 10가지로 압축해서 선정했다.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인을 담당하는 파이프라인 팀에서 독특한 과정을 운영했다. 재포스의 10가지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다.

이후 몇 년 동안 고객 서비스를 향상하고 기업 문화를 공고히 하고 직원들의 개인적, 직업적 계발에 투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08년에 10억 달러 목표를 2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셋째, 미션과 슬로건의 변화 : 이익(profits)-열정(passion) - 사명(purpose)


재포스의 슬로건은 ‘딜리버링 해피니스' 이다. 토니 셰이가 지은 책 이름도 같다. 그럼 재포스가 처음부터 이런 사명을 가졌을까? 그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이익(Profit)을 내는 것이었다. 재포스가 출범한 1999년의 목표는 ‘가장 다양한 신발 제품군’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러듯 재포스도 처음엔 고전했다. 투자받은 돈을 다 쓰고 더 이상 투자받을 곳이 없어서 동분서주했다. 하나씩 고비를 극복하고 점차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후 미션도 고객 서비스, 문화와 핵심가치, 깊은 감정적 유대를 거쳐서 2009년  ‘행복 배달(Delivering Happiness)로 발전했다. 고객들이 재포스의 제품 상자를 열 때마다 '상자 속의 행복' 을 여는 것을 생각하라고  '행복 전달'을 사명으로 삼은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미션과 비전을 강조하면 웬 뜬구름 같은 말이냐는 표정을 짓은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 재포스의 사례를 설명해서 효과를 본 적이 많다. 처음엔 생존이 당면 목표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이 꼭 필요하다.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을수록 고객의 참여도 많아진다.


재포스 미션과 슬로건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One More Thing: PR과 공개 강연


아마존과 합병이 발표되기 2년 전 재포스는 언론의 관심을 점점 더 받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언론의 관심이 신입사원 연수 중 그만두는 사람에게 돈을 주었다든가, 가끔가다 고객에게 꽃을 보냈다든가, 재포스가 몇 년 전에 시도했던 일들에 쏠렸다는 사실이다. 재포스가 하던 일을 뉴스나 블로그에 싣고자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가끔 기자나 파워블로거가 재포스에 대해 언급한 것들이 산불처럼 번져나갔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대중들은 인간적인 일에 더 관심을 많이 갖는다는 것이다. 제품의 품질이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봐도 그걸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재포스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알려지자 이에 대한 강연 요청이 많아졌다. 토니 셰이는 강연을 통해 깨달은 것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개인사에 대한 부분이 아주 재미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언론을 통해 재포스를 접하는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문화와 고객 서비스, 그리고 재포스를 향한 토니 셰이의 열정이 확실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회사의 실적 같은 것엔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포스는 2009년 아마존에 10억 달러에 합병된다. 토니 셰이는 반대했지만 투자자, 이사회의 주장이 강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토니 셰이는 합병된 이후에도 재포스의 CEO로 재직하다 2020년 8월에 퇴임했다. 이후 라스베이거스 도시 재생 사업을 주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뜻밖의 비보를 접했다.


2020년 11월 28일 4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화재 사고 후유증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사항은 보도되지 않았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해온 기업가였고 계속해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큰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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