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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Dec 28. 2021

'이미테이션 게임'과 뜻밖의 발견

술자리에서 찾아낸 빅 아이디어

<자료 : 영화 포스터 / 네이버>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2014)

감독 : 모튼 틸덤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외



영국의 천재 과학자 앨런 튜링이 암호 해독 팀을 맡아 독일의 암호 시스템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튜링은 컴퓨터의 개념을 창시한 젊은 천재로 불린다. 하지만 큰 업적을 이뤘음에도 50년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튜링의 생활도 평탄치 못했다.  당시엔 동성애가 불법여서 처벌을 받았고 불우한 생활을 생활을 하다  40대에 청산가리가 든 독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2013년에야 튜링의 법적 명예가 회복됐다. 역사가에 의하면, 에니그마 암호 해독으로 인해 세계대전의 종전을 2년이나 앞당기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해냈다고 평가되고 있다. 



<앨런 튜링과 베네딕트 컴버배치 / slate.com>



에니그마는  24시간마다 그 규칙성을 바꾸고 경우의 수가 수억 가지 이상으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암호체계로 불렸다.  이 기계를 사람이 대응하기란 불가능했다. 튜링은 이 대결을 기계와 기계의 대결로 바꿔서 암호를 해독할 수 있도록 장치를 고안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인공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디지털 컴퓨터의 개념을 창안했다. 


이세돌과 AI의 바둑 대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계산 능력에서는 사람이 기계를 당해낼 수 없다. AI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AI와 더불어 사는 방법,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시험으로, 1950년 앨런 튜링이 제안한 시험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도 부른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기점`을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장면을 꼽으면 다음과 같다. 



때때로 술자리에서 큰 발견을 한다

이 영화에서 결정적인 단서는 연구실이 아닌 펍에서 찾아졌다. 술자리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앨런과 그의 동료들은 펍을 자주 이용했다.  그러던 중 펍에서 독일군 암호를 감청하는 일을 하는 여성을 만나 이야기하게 된다. 그녀가  무심코 던지는 이야기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얻었다. 감청반원들은 독일군 암호병을 각기 한 명씩 담당하여 메시지를 도청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개인별 특징까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전담 독일군 암호병을 오랫동안 관찰하다 보니 사랑하는 감정까지 느끼게 되고 그가 애인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매일 부르는 단어가 애인 이름일 것이라고 잠작한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술자리 인문학에 관심이 많기에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의 규칙을 깨트릴 때 나온다.  익숙한 연구실에서는 기존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가벼운 맥주 한 잔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각하지도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하듯이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가 있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된다. 이것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라고 하고 많은 기업에서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영화에선 술자리가 세렌디피티 환경을 제공해준 것이다. 


 '딜리버링 해피니스'로 유명한 재포스의 설립자 토니 셰이도  술자리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것이  '재포스 컬처 북' 아이디어였다. 이것으로 인해 재포스의 기업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었고  기업 이미지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https://brunch.co.kr/@oohaahpoint/2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장면 캡처>


작업의 정석 "부르지 않고도 오게 한다"

양념 같은 장면이다. 이성을 꼬시려면  도발하고 궁금증을 갖게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에선 작업녀의 정석이 나온다. 먼저 맘에 드는 남자에서 눈웃음을 던진다. 그러면 그 남자가 반응하고 다시 웃어주길 기대한다. 이때 또 웃어주면 안 된다. 무시해야 한다. 그러면 기다리던 남자가 여자 자리로 온다. 



이 여성은 심리전의 대가다. 독일 암호병의 상태도 남다른 감각으로 파악했다. 그런 이야기를  앨런에게 하자 그게 결정적 단서가 됐다. 앨런이 하이테크(Hitech)의 고수라면 이 여성은 하이터치(Hitouch)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 


부르지 않고도 오게 한다. 이는 노자와 손자에도 나오는 유명한 병법 중의 하나이다.  말하지 안 하고도 잘 대응하며, 부르지 않고도 저절로 오게 한다.(不言而善應, 不召而自來 불언이선응 불소이자래.  노자 73장) 손자 허실 편에도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오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지 않는다.(善戰者致人 而不致於人 선전자치인 이불치어인)” 


병법을 논한 것이지만 남녀의 연애 심리전에서도 유용한 방법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장면 캡처>


아무리 천재여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괴짜 천재 앨런 튜링은 독불장군이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릴 줄 모르고 자신만의 방법을 고집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상황에 맞게 자신을 바꿀 줄도 알았다.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한다. " 앨런이 여성 연구자를 받아들이면서 한 말이다. 당시 여성은 프로젝트 팀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처음엔 자신만의 스타일로 밀고 나갔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 아무리 천재여도 능력의 한계가 있다.  동료의 권고를 받아들여 팀원 들과 화해하고 그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팀웍이 형성되자 보다 나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관해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한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디자인되려면 10인 이상의 또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제작 설치되려면 100인의 아이디어가 또 필요하다.” 창조의 방법으로 개인의 독창(獨創)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창조활동을 수행하는 군창(郡創)과 이를 더욱 발전시켜 기업 활동과 기업 조직 전반에 걸쳐 창조 지향성을 확산시키는 업창(業創)이 제시됐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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