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팀장에게 다시 돌아오는 순간, 마음이 복잡해진다. ‘왜 제대로 못 했지?’라는 불만이 올라오고, 팀원은 속으로 ‘팀장님이 나를 못 믿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사이 팀원은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당신의 야근만 늘어난다. 모두에게 손해인 구조다.
일을 잘 맡기는 팀장은 무엇을 맡길지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같은 업무라도 어떻게 맡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위임의 핵심을 세 가지로만 정리해도 리더십의 느낌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세 가지는 어렵지 않다.
위임의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일의 맥락과 목적을 먼저 나눈다.
둘째, 납기와 결과물의 형태를 명확히 정한다.
셋째,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과 절대 넘으면 안 되는 선을 함께 알려준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팀원의 성장 시간은 늘어나고, 당신이 다시 일을 떠안는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먼저, 일의 맥락과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 “이거 자료 좀 만들어 줘”로는 부족하다. “이 자료는 다음 주 OO보고에 쓰이고, 우리가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하다”까지 설명해 줘야 한다. 팀원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면 동기도 생기지 않고, 방향이 어긋나도 눈치채기 어렵다. 반대로 배경과 목적을 들은 팀원은 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고 느끼고 스스로 판단하려고 한다. 그때 비로소 오너십이 생긴다.
다음으로, 납기와 결과물의 형태를 못 박아야 한다.
“다음 주까지 부탁해” 대신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A4 세 장 분량의 핵심 요약 보고서 형태로 부탁한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해 준다. 기한이 모호하면 팀원도 긴장하지 않는다. 어떤 형식으로, 어느 정도 깊이까지 정리해야 하는지 정해 주면, 팀원은 쓸데없는 시도를 줄이고 처음부터 목표 지점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꼭 해야 하는 것과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을 함께 알려줘야 한다.
“이 데이터는 반드시 포함해 달라”,
“A팀에는 먼저 공유하지 말고 우리 팀에서 방향을 정한 뒤에 공유하자”처럼 선을 분명히 그어 준다.
이것은 팀원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일이다. 이 범위 안에서는 얼마든지 시도해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 선이 잡히면 불필요한 실수는 줄고, 오히려 그 안에서 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할 수 있다.
일을 맡긴 뒤에 다시 떠안게 되는 순간은 대부분 이 세 가지가 빠졌을 때 찾아온다.
맥락 없이, 기한과 형태 없이, 선도 없이 맡긴 일은 결국 다시 당신에게 돌아온다.
반대로 이 세 가지만 챙기면 팀원은 일과 함께 자라고, 당신은 야근 대신 다음 일을 준비할 여유를 갖게 된다.
위임은 일을 떼어 넘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일을 설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