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상-목-행'

주-일-상-목-행

맞춤법과 자주 헷갈리는 표현도 한 번씩 정리해 두면 좋다. “보여진다”보다는 “보인다”가 간결하고, “하던 말던”보다는 “하든 말든”이 맞는 표현이다. “갑이 을과의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다.”라는 말보다는 “갑이 을과 계약을 체결하였다.”처럼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문장의 뼈대만 남는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차이들이 쌓이면, 전체 문서의 인상이 훨씬 단정해진다.

법률 문서의 문장 구조는 '주-시-상-목-행'의 구조를 띤다. 주-일-상-목-행이라고도 한다. [주어->시간(일시)->상대방->목적어->행동]


나 홀로 소송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소장 첫 문장부터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문장의 뼈대를 하나 정해 두면 훨씬 수월해진다. 법원 문서에서는 보통 ‘누가–언제–누구에게–무엇을–어떻게 했다’ 순서로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원고는 2024. 9. 30. 피고에게 3억 원을 빌려주었다.”처럼 쓰면, 사건의 당사자·날짜·상대방·금액·행위가 한 줄 안에 차례대로 드러난다. 판사도 이 순서에 익숙해 읽으면서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줄어든다.


이 기본 구조 위에 올려야 할 첫 번째 원칙은 단순하다. 내가 여러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말이라면 쓰지 않는 것이다. 당사자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은, 판사가 읽을 때도 불명확하게 느껴진다. 문장을 쓸 때마다 “내가 제삼자라면 이 문장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까”를 한 번 더 점검해 보면 좋다.


두 번째 원칙은 문장을 짧게 끊는 것이다. 한 문장 안에 사실관계와 주장, 법률적 평가를 모두 욱여넣으면 읽는 사람이 중간에 길을 잃는다. 주장과 사실, 사실과 이유 사이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그리고”, “또한”, “따라서” 같은 접속사는 조금 줄여도 된다. 한 문장이 길어진다 싶으면 과감히 나눠서, 한 문장에는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느낌으로 쓰면 훨씬 또렷해진다.


표현에 쓰는 단어도 가능한 한 법령이나 판결에서 자주 쓰는 용어를 따라가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항소이유를 적을 때는 “원심판결에는 ~한 잘못이 있다.”와 같은 표현이 널리 쓰인다. 민사소송에서 과거에 많이 쓰던 ‘입증, 입증책임’이라는 말은 요즘 ‘증명, 증명책임’이라는 말로 옮겨 가고 있고, 예전 용어인 ‘채무명의’ 대신 지금은 ‘집행권원’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법 체계와도 맞는다. 이런 표현을 따라 쓰면 별도의 설명 없이도 판사가 그 의미를 바로 받아들이기 쉽다.


문장의 모양은 수동형보다 능동형에 가깝게 쓰는 편이 명확하다. “계약이 성립되었다.”라고 쓰기보다는 “계약이 성립하였다.”처럼 불필요한 ‘되다’를 덜어내면 말끝이 단단해진다. 나아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계약이 성립하였다.”처럼 행위의 주체와 당사자가 드러나게 적으면,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같은 사실을 적더라도 ‘당했다, 되었다’라는 말이 많아질수록 문장이 흐릿해지고 책임 주체도 흐려진다.


맞춤법과 자주 헷갈리는 표현도 한 번씩 정리해 두면 좋다. “보여진다”보다는 “보인다”가 간결하고, “하던 말던”보다는 “하든 말든”이 맞는 표현이다. “갑이 을과의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다.”라는 말보다는 “갑이 을과 계약을 체결하였다.”처럼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문장의 뼈대만 남는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차이들이 쌓이면, 전체 문서의 인상이 훨씬 단정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거창한 법률용어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하는 말을 단순한 구조 안에서 정확하게 적는 일이다. ‘누가–언제–누구에게–무엇을–어떻게 했다’는 틀을 기본으로 두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 짧고 분명한 문장, 법원이 익숙한 용어만 골라 써도 충분하다. 그 몇 줄이 모여, 내 입장을 지켜 주는 법률 문장이 된다. 수십 년간 수없이 많은 변호사분들의 법률문서를 보고 느낀 점들을 옮겨 보았다.

keyword
이전 07화승진과 평정에 대한 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