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팀원분들에게 승진과 평정에 대한 소회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아래는 그 이메일의 내용이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에는 팀 내 승진예정자가 넷이나 된다. 나는 벌써부터 팀원들의 승진문제에 대해 천천히 서두를 생각이다.
법인은 5월 회사이다 보니 이맘때 즈음에는 한 해 승진자가 결정됩니다.
제가 2000년 1월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5년 차입니다.
(꼰대 같은 말을 한다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긴 세월 동안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승진 및 평정이란, 내가 아무리 회사의 기조에 맞춰 열심히 일했고 상사와도 궁합이 잘 맞는데도 불구하고, 안 될 수 있습니다. 잔인하고 안타깝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회사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따위란 없습니다. 모든 여건이 다 갖춰졌다 생각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뒤집어지거나, 뜻밖의 상황으로 승부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올해 스스로 배우고 성장했다고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20여 년의 직장생활로 터득한 나름의 철학입니다.
직장 상사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가 인정해 준다면 그것만큼 기쁘고 보람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직장 생활은 파도타기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순풍이 불면 앞으로 나아가면 되고, 역풍이 불면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안 되는 상황에서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잠시 힘과 에너지를 아껴 두었다가 다시 순풍이 불 때 힘껏 위로 솟구치면 됩니다.
우리는 조기 졸업, 조기 승진 등 남들보다 빨리 가는 것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진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나름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남들보다 빨리 간다고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승진 누락도 겪었고 몇 년 연속으로 최하 평정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파도와 바람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내가 상황을 조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착실히 해 나가면 됩니다.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단단히 지탱할 수 있도록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입니다. 파도가 일렁일 때 무너지지 않을 방향 감각과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진짜 기회가 왔을 때, 쭉쭉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삶은 이 회사가, 오늘의 승진이 끝이 아닙니다.
이와는 별개로 팀장으로서 팀원의 승진과 평정 이야말로 ‘졌잘싸’가 없습니다. 결과로 모든 걸 말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상당히 괴롭습니다. 저는(그렇게 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내 팀원들을 잘되게 하는 게 팀장으로서 최고의 목표이자 성과라 생각하는데 승진 발표 때마다 분함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내년에는 꼭 축하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저는 오늘부터 다시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