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 마음도 욕심

by 따스히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 먹고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았다. 예전에 찾아둔 그림 자료들을 보며 종이에 스케치를 시작했다.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 앉아 있는 주인공과 강아지. 대충 스케치를 마치고 나니 어딘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 그 의지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며 나 자신을 나도 모르게 더욱더 엄격히 검열 하기 시작했다.


SNS를 시작한 것이 검열의 시작이 된 것 같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땐 작은 사물부터 풍경까지 그려 올리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반응도 저조하고 팔로우 수도 빨리 늘지 않았다. SNS에서 활동하는 다른 작가분들은 어떤 작품을 업로드 하실까 하는 궁금한 마음에 검색한 것이 화근이었다. 많은 작품들을 볼 수록 공부가 되기 보단 주눅이 들었다. 처음에 뭣 모르고 시작 했을 때는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 것 조차 즐거웠는데 이제 이 그림으로 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점점 좋아하는 일에서는 멀어져가고 나를 더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되었다. 나도 저런 느낌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막상 내가 그리면 그런 느낌이 안나는구나. 그리면 그릴 수록 내 그림은 별로 인 것 같아. 하며 매일 그림을 그리며 나 자신을 스스로 평가 해 버렸다. 그래서 한 몇 주는 스케치북을 펴치도 않은 채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달력의 숫자가 바뀌어 다음 장으로 넘길 때가 되자 아차 싶더랬다. 나만 이러는건지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욕심으로 뒤덮힌 낮은 자존감이 매번 초심을 잃게 했다. 어렵게 돌고 돌아서 이 꿈을 선택 했는데 더 이상 이러면 안될 것 같은 결론에 이르러 방안을 찾았다.


쇼파에 삐딱하게 기대어 앉고는 핸드폰 인터넷에 접속하여 일러스트 그림 슬럼프라는 글을 검색창에 적어 검색을 했다. 이럴 땐 이 분야의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는 인맥이 있었으면 참 좋겠노라고 생각하면서 인터넷에서 내 사수를 찾았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말씀은 많이 그려보라는 것 이었다. 맞는 말이다. 그림이 되었든 어떤 일이 되었든 내 몸에 익숙하게 많은 경험을 해보는 일은 중요하다. 알고 있지만 나는 왜 그 과정이 즐겁지 않은 것일까? 일기장을 펴고 고민을 적어 내려갔다. 글을 쓰다보니 내 마음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기분 이었다.


내가 그림 그리며 성장하는 과정이 즐겁지 않다고 느낀 이유는
바로 내 욕심에서였다.



나는 분명 그림이 좋아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에서부터 자유롭기 위해 꿈을 선택했는데 그것이 주 수입원이 되자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자 나는 나에게서 이유를 찾았다.

마음을 내려놓자.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내 꿈을 향해 갈 뿐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냥 묵묵히 가는거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지게 될테니. 최근 어떤 걸그룹이 해체 위기를 맞아 각자의 삶을 위해 꿈을 포기하려던 그때 노래가 역주행 되었고 결국 1위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인생은 언제 어떻게 성공할지 모르기에 당장의 결과보다는 우선 계속해서 해나가는 그 꾸준함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더 긍정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가끔 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찾아 보곤 한다.

어떤 이들의 고민거리를 법륜 스님이 그 해답을 찾도록 도와 주는 프로그램인데 여러 고민들의 해답을 듣다 보면 마음의 안정을 되찾곤 했다. 물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똑같진 않아도 대부분 비슷한 고민거리들이 많았다. 대부분 고민의 모든 시작이 내 마음의 중심이 흩트러지며 생기는 오류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초심을 잃고 잘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져 내 마음의 중심을 무너트렸다. 내 인생의 나 라는 중심이 사라지고 잘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더해져 나를 갈아먹었다. 나는 잘하고자 열심히 하는 마음이 욕심이라는 걸 알지 못했는데 법륜스님께서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에게 "그냥 하면 된다."라고 답하셨다. 맞다. 그냥 그림 그리면 되는 것이었다.


다른 작가분들의 작품을 보며 나 자신을 비교 했고 그림으로 큰 수익을 내고 싶은 마음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열심히 라는 마음 안으로 숨어 든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그 욕심이 열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욕심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를 바라는 집착이 담긴다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내가 선택 할 수 없기에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가 되고 싶은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심히 무엇이든 잘해서 그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 싶어한다.

그것이 무조건 잘못 되었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런 마음이 나를 발전 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나를 힘들게 하거나 내 중심을 무너뜨려 선을 넘고 나를 갏아 먹기 시작 한다면 그건 열정이라는 마음을 가장한 욕심이라고 생각 한다. 욕심과 열정은 참 그 경계가 모호해서 스스로 내 자신을 잘 관찰해야 알 수 있는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하루에 꾸준히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선 손이 가는대로 하루하루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다양한 사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떤 공간과 상황까지도 구체적으로 관찰하여 그리게 되었다. 나를 비평하는 것을 멈추고 내려놓은 채 묵묵히 내 갈 길을 가다보니 나는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온전히 나에게 남아있었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뿐더러 즐겁지도 않지만 바닥만 보고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순간 산을 오르게 되어 있을 것 이다. 왜라는 물음이 붙지 않고 그저 하루를 감사히 사는 내려 놓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많은 생각은 욕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 욕심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초심을 잃어 버리게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내려놓음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 모든 길은 살아 내기 녹록지 않고 그 속에 사는 우리들은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한번쯤 생각 해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P20211007_143048050_172976B4-0747-4B30-8ECF-29C867EC490C.JPG


이전 04화마음 표현의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