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에서 자유로워지기

by 따스히

퇴사한지 몇 달 정도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엄마의 강한 등짝 스매싱을 맞으며 잔소리를 들었다. "왜 퇴사는 해서 그냥 일 하다 좋은데 시집이나 가지. 뭐하러 이렇게 힘든 일을 선택하니. 정말 못 산다 못 살아." 내 등이 얼얼한 걸 보니 엄마는 너무 감사하게도 건강 하신 것 같다.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마음 한 켠의 미안함을 등 짝의 얼얼함으로 조금이나마 변제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사신 부모님께 짐 하나를 턱 하니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살고 싶지 않았기에 조금은 매정 해도 잠시만 부모님의 눈총을 받으며 살아 보려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언제 등짝을 때렸냐는 듯 내 그림을 보시곤 귀엽긴하네. 하며 이렇게 저렇게 훈수를 두시곤 한다. 표현 하지 않아도 나를 지지 해주는 가족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비난 혹은 충고가 물론 나쁜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겠음에도 긍적적으로 해석하기엔 마음에 상처로 남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내가 스스로에게 나에게 주는 비난보다 남들에게 받는 비난이 더 크게 마음의 비수로 꽂히는 일은 왜 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난 상처 받는 일을 줄이고 싶어 한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채 강제 집순이로 살게 되었다. 그런 정막을 깨는 휴대폰 알림 소리가 났다.


년마다 한번씩 가끔 연락 하던 친구의 안부였다. 반가운 마음에 여러 이야기를 오가던 와중에 "뭐하고 지내?" 라는 물음에 요즘 내 근황을 전했다. 친구는 우리 나이에 큰 결심을 했다며 프리랜서면 당장 수입이 어렵겠다는 걱정과 함께 걱정인지 충고인지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나를 위해 하는 말이었지만 아직 성과가 없어도 내 마음을 다잡으며 나름 열심히 해왔는데 결과를 물으니 과정으로 답하기에도 참 구차한 일 같았다. 속상한 마음을 숨기고 멎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회피하며 잘지내라는 말과 함께 이야기를 끝내고 전화를 끊자 다시 정막한 방 안의 공기가 나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냥 좋은대로 살고 싶을 뿐인데 주변에서 모두 나를 별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생각하니 내가 틀렸나도 싶었지만 정답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막한 소리를 깨고 싶어 텔레비전을 켰다. 의미 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엄마가 좋아하시는 생생하게 정보를 전하는 프로그램을 틀어 놓았다.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한 할머니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요즘 젊은 사람은 참 부러워. 우리 땐 학교고 뭐고 먹고 살기가 바빠서 글 공부도 못했는데 요즘엔 모두 학교에 가잖아. 내가 늦게 태어났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했어."


이야기를 마치며 씁쓸해 하시는 할머니의 표정에서 나는 큰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다양한 시대에 태어나 서로 어우러져 살아 가고 있다. 난 단 한번도 행복한 시대에 태어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좋은 시험 성적을 얻기 위해서 매 해 돌아오는 시험을 보며 내 위치를 확인하고 힘들게 들어간 대학을 졸업하자 큰 취업난에 경쟁하듯 취업 준비에 바빴으며 취업을 해서는 힘든 사회 생활을 견디며 사는 우리가 그리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는 큰 한 가지를 간과하며 살았었다. 우리에겐 선택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할머니 세대에서는 너무도 가난하여 당장 끼니 하나에 큰 의미를 두었기에 언감생심 꿈이라는 것을 선택할 수도 생각해 볼 여력도 없으셨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옛날처럼 당장 먹고 살 것이 없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 오며 많은 가치관들도 생겨 났지만 우린 아직 정해진 가치관이 행복이라며 여기고 사는 것 같다.


나 역시 그게 맞다고 생각하며 출근이라는 굴레에 살았지만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삶도 살아 보면 좋지 않을까? 누가 옳고 틀림은 없고 다름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겠다는 선택을 했다. 어떤 삶과 선택을 하였든 각자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나름의 후회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나이 들어 왜 그 일을 해보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보다는 행복한 인생 후기를 남기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보단 나를 중심으로 살기 위해 내 마음을 더 굳건히 다잡기로 했다. 그래서 난 잘하지 않았던 SNS 계정을 하나 만들어 내가 지금 해오고 있는 일들에 대해 열심히 업로드 하고 나를 더 알리기 시작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다른 사람들의 비난에 숨지 않고 발전 해 가는 과정을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연락 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서슴 없이 내 근황을 이야기한다. 주변에선 아직까지 의아해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것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내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나 주어 지는 선택이란 기회를 누리며 살 것 이다. 다른 이들의 가치관이 나와 다른거지 틀린 것은 아니니까 내가 움츠릴 필요는 없다. 뭐든 정답은 없으니 나는 나대로 다른 이는 다른 이대로 살면 된다. 그저 오늘 하루를 살다 보면 내 스스로가 큰 결과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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