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마무리를 하며
생각해 보니 보통 어제와
비슷한 하루와
일 년과 일상을 반복하며
사는구나 싶었다.
어느 날은 그런 삶이 안정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떤 하루는 삶이 건조하게 느껴져
지루 하다고 해야 할지
지쳤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이 들곤 한다.
이게 맞는지 반문하기도 하고
복잡한 생각 끝엔 삶이 참 팍팍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원두커피를 선물했다.
요즘 홈카페로 커피 즐기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원두 가는 기계와
필터와 핸드 드립커피기계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커피를 갈고 필터에 간 원두를 모아
드립 커피에 내려 한 없이 바라보았다.
멍 하니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방 안 가득 퍼진 커피의 향과
창 밖 넘어 들리는 매미의 울음소리나
바람결에 따라온 나뭇잎 향기가
언제인지 모르게
마음과 생각을 고요하게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이런 작은 여유들이
너무 없었나?
느긋하게 온전히 여유를 부리며
즐긴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없었다는
결론이 났다.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내려 마시는 시간
달달한 디저트를 먹는 순간
걸어가며 발에 느껴지는 감각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거나
버스 안에서 다른 이들을 구경하는 것이라던가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반기는 일이라던가
온전히 여유롭게 보내는
그런 시간을 하루 중의 일과로
포함해 시간을 내진 않았었다.
하루 중 가벼이 여기던
여유로운 지금을
오로지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너무 무겁지 않게 가벼이
마음을 메고 사소히
넘길 여유로운
지금들을 잘 관찰하는 것.
관찰한 것을
간간히 잔잔히 문득
경험하는 것.
그게 일상 속 쉼이자 삶의 여유이자
인생의 소소한 행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소소함이 쌓이면 결국엔
행복한 어제와 같은 하루와
일 년과 일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