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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Dec 16. 2023

브랜드 전략 기획자의 면접 III

기획자로서의 신념 그리고 협업

브랜드 기획자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케터,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자신의 신념 및 업에 대한 정의는 흔들리지 않은 채 다른 직업군을 가진 분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신념과 관련된 질문과 협업에 관련된 질문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4가지 질문을 추렸는데 첫 두 질문은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정의 그리고 다른 두 질문은 디자이너와의 협업과 마인드 셋 관련이다.


유산(legacy) 있는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질문을 받았을 때 꽤나 당황했다. 어떻게 대답할 지에 따라 꼬리질문이 달리기도 쉬웠고 나만의 정의가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질문이었다. 일단 유산이 있는 브랜드란 무엇일까? 루이비통 재팬 사의 전 사장 소우 고지로는 사적 브랜드론에서 메종 브랜드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다르게 역사와 전통, 기술, 철학, 미의식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메종 브랜드는 하우스 브랜드를 의미하며 책에서는 나폴레옹 3세(1850년대) 때 만들어진 에르메스,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를 읽컫는다.


여기서 ‘유산 있는 브랜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유산 있는 브랜드는 역사, 전통, 철학, 기술, 미의식이 갖춰진 브랜드라 볼 수 있다. 실제 5가지를 다 갖춘 브랜드는 만나보기가 힘들다. 최근에 뜨고 있는 브랜드를 보면 철학, 기술, 미의식을 갖추곤 있지만 역사와 전통이 부족하다. 오래된 브랜드 중에서는 미의식이 없는 브랜드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면접에서 글을 적은 것처럼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짧은 순간 깊은 답을 할 수 없었다. 당시 나는 임태수 님의 글이 떠올랐는데 브랜드에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는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고유한 헤리티지를 지닌다는 것이었다. 그 전통 또는 유산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치가 고객에게 각인되어 있으며 고객 또한 그 가치를 인지하고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가치를 서로 공감하고 쌍방향으로 공유된다는 것이 일반 브랜드와 유산 있는 브랜드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에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이 시각적으로든 언어적으로든 실체화되어 꾸준하게 유지될 때 사람들은 이를 브랜드의 헤리티지로 받아들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들은 대부분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고유한 헤리티지를 지닌다.

- 임태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 안그라픽스

답변 뒤 다행히 면접관들의 고개가 끄덕였다. 어렵고 깊은 질문이다 보니 면접 이후에도 여러모로 나만의 답변을 찾아보곤 했다. 확실히 좋은 질문은 성장의 시발점이 된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빌리티 산업을 전개하는 브랜드와 면접할 기회가 있었다. 과제도 많았고(무려 2개!) 사전 리서치를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질문만 봤을 때는 단순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 면접 분위기 상 ‘자동차+디자인은 무엇이고 면접자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모빌리티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답하기 쉬울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질문에 답은 없다. 점, 선, 면의 조합과 해체가 될 수도 있고 테크와 스타일링의 조화도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생각해보지 않으면 의미 있는 답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여러 책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생각법과 접근법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건 선배들이 항상 말하던 ‘자동차 디자인은 제품 디자인의 꽃이다’ 뿐이었다. 여기에 영국 교환학생 당시 배운 내용인 BSC(Bachelor of Science)와 BA(Bachelor of Art)를 활용해 답했다 (내가 갔던 학교의 제품 디자인 전공은 제품 공학 디자인과 제품 스타일링 디자인으로 나눠져 있다). 나의 답은 단순했다. 자동차 디자인은 제품 디자인의 꽃이자 공학과 테크, 디자인의 결합체라는 것.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슈라이어 스케치


면접 이후 아직까지도 이 질문에 나만의 답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기사를 뒤져가며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내용을 발견했다. 현대 자동차 아티클 중 혁신적인 자동차 디자인을 완성하는 필수 과정, 디지털 디자인에서는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요즘은 브랜드 가치의 차별화를 위해 자동차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하였다. 브랜드&디자인 기획자로서 자동차 디자인은 가치 전달 요소로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질문을 자동차 디자인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를 브랜드로 생각하고 나만의 디자인 정의를 했으면 어땠을까.


제품을 향유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 디자인의 역할은 단지 시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데 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은 그저 아름답고 멋진 것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모든 디자인은 의도가 있고, 때로는 기능을 따라 다듬어진다.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도 겸한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요즘은 브랜드 가치의 차별화를 위한 무기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만이 아닌, 어느 제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혁신적인 자동차 디자인을 완성하는 필수 과정, 디지털 디자인,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이너와 input&output을 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가?

이 질문의 중점은 협업이다. 디자이너와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어떻게 협업하는가와 가까운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답은 뻔할 수 있지만 예시가 중요하다 생각했다. 질문을 받았을 때 여러 예시 중 협업이 잘된 케이스를 찾는다고 애먹었다. 그리고 협업이 잘된 케이스에서 과정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좋은 협업에 대한 나만의 정의와 그 정의가 적용된 예시였다. 협업도 그냥 협업인 아닌 디자인 결과물이 좋고 자체 결과도 좋은 사례이다. 여기에 협업할 때 어떤 방법론을 사용했는지 말해줘도 좋다.


예시는 다를 수 있으니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다만 나만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한다. 나는 컨셉과 무드보드에 집중했다. 전 회사에서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이 두 가지가 협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했다. 컨셉은 그림이 그려지고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가 중요한데 모호한 단어는 디자인을 하는데에 있어 의미를 함축하는 데에 있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예로 Futuristic Action보다는 Beyond Future에서 더 영감이 오지 않는가? Action이라는 단어는 여러 행동이 떠오르지만 beyond라는 단어는 넘어가는 이미지, 즉 명확한 이미지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나는 무드보드가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잇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무드보드는 기획자가 만드는 것도 디자이너가 홀로 만드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드보드는 물질, 단어, 이미지, 분위기 등을 결합해 브랜드와 연관된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알맞은 이미지를 찾아갈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모호성이 줄어들고 효율이 올라가며 모두가 동의하는 브랜드가 탄생한다.


디자이너는 먼저 브랜드의 지향점을 말로 정의하고, 거기 맞는 이미지와 단어들을 모아서 무드 보드를 만든다. 무드 보드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초반 단계에서 흔하게 쓰는 시각적 리서치 툴이다. 완성한 무드 보드를 디자인팀과 고객사 브랜드 매니저들이 함께 보면서 정서가 브랜드의 지향점에 제대로 수렴하고 적중하는지 확인한다. 무드 보드를 통해 브랜드 정서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됐다면, 이제 브랜드 정서를 뒷받침할 컬러, 이미지, 타이포그래피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탐색한다. 컬러 선택은 원래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앞서 논했듯 색에 따라서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품고 의미를 함축한다. (생략) 하지만 결정은 궁극적으로 디자인이 목적하는 감성과 임팩트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 캐서린 슬레이드브루킹, 『브랜드를 만드는 힘은 직관이나 감성이 아니다. 촘촘한 실무의 단계들이다. 디자인이다. 』, 홍디자인


디자이너에게 브랜드의 중요성을 어떻게 각인시키는지? 브랜드 결에 맞지 않고 힙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디자이너에게 브랜드의 중요성을 어떻게 각인시키는가?

이 주제는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주제다. 나 또한 디자인 전공이다 보니 이쁜 것을 만들고 싶은 욕구와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대해 이해한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에 알맞은 옷을 입히기보다는 트렌드에 알맞고 유행하는 그래픽을 사용해 이쁜 것을 만드는 디자이너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나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래픽으로 풀어낼 수 있지만, 브랜드 디자이너라면 브랜드 플랫폼, TOV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브랜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모든 브랜드는 예쁜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는 실용적인 것을 선호한다.


이 질문의 경우 가이드를 깨는 그래픽에서 시작됐다. 브랜딩이 탄탄한 회사는 브랜드 look&feel이 정해진 가이드를 가지고 있는데 주니어 디자이너가 더 멋있고 이쁜 것을 표현하고자 가이드에서 벗어나 새로운 그래픽을 만들었다. 그 결과 브랜드의 결에 맞지 않은 콘텐츠 디자인이 나왔으며 내부에서 또한 브랜드답지 않은 결과물을 그대로 송출할 수 없었다. 이런 비효율이 빈번하게 생길 때 실무하는 디자이너도 불만이 쌓이고 디렉터도 답답할 때 브랜딩의 중요성을 어떻게 각인시키냐는 것이다.


내 답변은 단순했다. 실제 그전 회사에서 힙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디자이너분과 실무 경험이 없는 디렉터를 설득하기 위해 나는 중심 키워드를 항상 언급했다. 그리고 디자이너분들이랑 대화할 때 항상 질문을 던졌다. ’이 브랜드의 중심은 무엇인가?‘, ’그 중심이 현재 이 디자인에서 어떻게 표현이 됐는가 ‘를 물어봤다. 질문과 대답을 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중심이 서로에게 각인됐으며, 브랜드 중심을 잘 표현한 브랜드 플랫폼과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다. 결국 답은 대화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갈 것이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보단 어떻게 함께 공감하며 나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브랜드의 중요성이 각인이 된다.




이 외 황당하고 다양한 질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면접 이후 기억에 남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질문은 깊이가 있는 질문이다. 브랜드가 속해 있는 시장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나 업에 대한 질문들이 브랜드 기획자를 테스트하고 평가하기 좋은 질문이다. 결국 본질과 업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가진 기획자가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생각하며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이끌어간다. 이렇게 브랜드 전략 기획자의 면접 시리즈를 끝내고자 한다. 추후 면접 보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며 하며 신입으로 들어가든 이직을 하든 이 자료가 유용하게 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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