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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독일과 지금 한국의 소름끼치는 공통점

헤르만헤세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by 니디 Sep 13. 2022

솔직히 말해서 학창시절 모든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 공부에 매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내 힘이 닿는 곳 까지만 열심이였죠. 그래서 뭐 반에서 1등을 한다던가, 특출난 성과를 이뤄내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축하를 받았던 일도 없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한스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 중 하나, 그 뿐이었죠.


오늘 소개드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한스는 총명하고 똑똑한 소년입니다. 때문에 부모와 더불어 모든 마을 사람들의 기대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죠. 밤낮없이 공부에 매진한 결과 한스는 신학교 입학시험인 국가장학고시에 합격했고 목사가 될 목표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한스는 두통을 겪습니다. 공부를 좋아하기는 했고, 재능도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도 없는 새벽 산책을 사랑했고 홀로 유유자적 즐기는 낚시를 사랑하는 소년이었습니다. 그가 고향을 떠나 목사가 되는 여정을 시작하는 것. 그것은 결코 한스 자의에 의해 탄생된 미래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게 서기도 전에 어른들이 일찌감치 자신의 운명을 정하고 매듭지어버린, 그런 삶이 한스의 것임을 이 소년은 아직 자각하지 못합니다. 사실, 자각하기에는 나이가 너무도 모자랍니다.


그런 한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고향에서의 꿈 같은 방학마저 우등생이 되어야 하는, 어른들이 정한 의무에 시간을 내주어야 했습니다. 잘난 어른들이 한스가 놀고 쉬는 것을 가만히 두고 못 봤기 때문이죠.


그는 방학 내내 매일 한 시간은 목사에게, 두 시간은 교장에게, 일주일에 네 번은 수학 선생과 신학교에서 배울 과목을 예습해야만 했죠. 그 중 수학선생은 한스가 그토록 소중하고 아끼는 낚시시간을 그에게서 빼앗고 말았습니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밤 11시가 되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요즘 시대의 학생들 모습 같지 않나요?


그렇다면 공부밖에 모르던 소년, 소설 속 한스는 과연 어른들의 바람처럼 우등생의 성적으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어 마을의 자랑거리로 남았을까요?


한참 많은 것을 일깨워가는 사춘기 시절, [어린 소년의 영혼이 이제 막 돌아오지 않을 여정을 시작하는 그 시기]소년 소녀들이 책상에 앉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그들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일까요? 그것이 맞는 삶일까요?



헤르만 헤세는 이 책을 [학생 소설]이라고 지칭했다고 합니다.


1890부터 1918년까지 이어진 [빌헬름 제국 시대] 교육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썼다는 <수레바퀴아래서>에는 교육제도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 질풍노도의 사춘기, 인간 삶의 양극성, 헤세 자신의 투영  다양한 주제를 암시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막 끝낸 지금,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삶은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특히 악습의 경우 그 형태를 더욱 뚜렷이 가다듬어진 후, 후세에 전해진다.'


차라리 제가 한스처럼 똑똑하지 않기를 다행이라는 생각을 우습게 해봅니다. 저는 제 삶을 살고 싶지, 어른들의, 학교의, 선생의, 부모의 삶을 살고 싶지 않거든요.


한참 전에 쓰인 고전문학들. 가끔보면 우리가 사는 지금의 모습과 너무 똑같아 가끔은 소름이 끼치는건 어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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