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디 May 08. 2023

강아지 진료비 500만 원 그리고 엄마의 한숨

정확히 지난 1일 우리 집 강아지 대순이가 발작을 하면서 쓰러졌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거실에서 자던 대순이가 별안간 침을 흘리며 목을 가누지 못하고 사지가 마비된 듯한 모습으로 발작을 일으켜 온 식구를 충격에 빠뜨린 것이죠.


유기견 출신이라 정확한 나이와 품종은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추정해 보자면 나이는 13살 정도에 믹스견입니다. 


다음 날, 부리나케 찾은 동물병원에서 대순이는 혈액검사, 복부/심장 초음파, 혈압, 방사선 검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순이의 혈액과 심장 기타 내부장기들은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나도 깨끗하다는 것이 수의사의 소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순이는 왜 갑자기 발작을 하고, 지금까지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된 것일까요?


수의사는 정확한 발병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mri 촬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아지 mri, 진료비용이 매우 비싸다고 익히 소문만 들었던 그 mri. 


우리가 찍게 될 줄이야.


-


몸무게 11kg인 대순이의 mri 촬영비용은 최소 130만 원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촬영 중간에 어떤 병변을 발견할 시 추가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그것을 왜 한 번에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바로 마취에 있습니다. 노견에게 마취는 위험하니까요. 


마취를 한 김에 필요한 검사는 다 해보자는 수의사의 말에 그저 우리는 고개를 끄떡, 아무렇지 않은 척 '네' 대답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


그리고 대소변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식구도 오락가락 분간을 잘 못했던 대순이는 입원이 불가피했는데, 낯선 환경도 불편한 기색 없이 힘 없이 누워있던 대순이를 상상하자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에 이르렀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도가 없기에 우리는 녀석을 며칠간 입원 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입원비 하루에 대략 50만 원.


50만 원? 하루에 입원하는데 50만 원이 말이 되는 금액인가? 귀를 의심하던 그때. 최소 5일 입원은 해야 할 것 같다는 수의사의 말이 귀를 때렸습니다. 가슴이 뚝 떨어지던 엄마였습니다. 


통원은 동생이 맡았고 계산은 엄마가 맡았거든요. 


첫 진료비가 총 대략 90만 원, 거기에 5일 입원비 대략 250만 원, mri촬영비용 최소 130만 원.

참고로 mri는 최근에 약 20만 원 정도 촬영비용이 인상됐다고 합니다. 수의사는 자기도 이제야 알았다며 멋쩍어했다고 합니다. 


-


작년 언젠가, 엄마는 난생처음으로 적금이라는 것을 들어본다며 이런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수화기 너머 엄마는 '그때 적금 든다고 한 거 기억나? 며칠 뒤면 적금 만기라 그거 타서 연금 적금 들려고 했었는데... 엄마 팔자가 이런가 봐. 평생 남 뒷바라지나 하고 죽으려나 봐. 엄마도 참 나빴지? 애가 아픈데 돈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야..'


한 푼이라도 도와주고 싶은데 뭐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마음을 쓰고 또 써봐도.. 이래서 인생이 참 내 맘대로 안된다고 하는가 봅니다.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는 내 말에 '내 몫'이라며 단념하던 엄마. 


-


이럴 때는 정말이지 돈이 고픕니다. 

함께 일하는 수의사에게 아는 병원 소개 해주십사 '부탁'도 못하는 제 자신이 처량하기만 합니다.


아니, 그렇다한들 이제 결혼한 30대 중반에 뭘 바꾸겠습니까? 결국 돈 문제가 나오면 자기 비하로 되돌아오기밖에 더하겠습니까. 그렇지 않겠냐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와 보험환급금과 어버이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