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을 바라보며 즐기는 공상

Ep.6

by 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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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해돋이 이후 오랜만에 일출을 보러 바닷가로 갔다.

오늘의 해는 6시 51분에 뜰 예정이다.

설렁설렁 발을 구르며 해를 기다리는 지금은 6시 51분이 되기 정확히 11분 전인 6시 40분이다.




수평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새벽이지만 따뜻하다.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이 바람은 나의 시선을 저 멀리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거기에 맞닿아있는 바다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무난한 기분으로 무난하게 해를 바라본다.

바다는 파랗고 바라보는 내 마음은 검다.

해가 밝히는 세상은 점점 분명하며 빛이 나기 시작하지만

내가 비추는 나의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흐리멍덩하다.

뿌연 내 세상을 해가 비춰주면 좋으련만

그 일출의 형상은 나의 시야 그밖에 영역에는 결코 들어오지 못한다.




무심하게 지평선에서 멀어지던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지금 아무런 기분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알아챈다. 단단하게 굳은 나의 몸과 마음은 달아오른 태양 앞에서도 좀처럼 유연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나의 내면의 시스템이 멈춘 날에는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재빨리 미리 마련해둔 비상 스위치를 켜야 한다. 비록 더 이상 뜯을 손톱도 남아 있지 않은 손가락을 씹고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을 무사히 버틸 수는 있다.


고개를 젖혀 이미 하늘 끝까지 떠버린 태양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나는 언제나 나 때문에 힘이 들고 나 때문에 힘이 난다. 단지 오늘의 경우는 전자인 것 같아서 따뜻한 제주에 있음에도 기분이 썩 나아지지 않을 뿐이다. 그냥 오늘이 그런 것뿐이다. 내일은 분명히 힘이 날 차례일 것이다. 그냥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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