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영을 하는 이유

Ep.4

by 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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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싫다고 버티던 제주살이에 내가 굽혀 들어간 이유는 바로 바다 때문이었다.




나는 수영을 한다.

몸에 꼭 맞는 수영복을 입고 몸을 물에 적신다. 천천히 발을 담그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첫 느낌은 언제나 차갑다.


바람이 잔잔하고, 따라서 물의 유속 또한 느릴 때는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도 해초들도 그 움직임이 여유롭다. 그들을 관찰하며 서서히 물의 온도에 적응하는 나도 몸이 풀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물속에 들어가면 수면 밖에서 들리던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먹먹한 형태로 전달되는 잡음. 궁금하지 않은 그 소음을 나는 자발적으로 차단해버린다. 물장구를 세게 치며 더욱더 육지에서 멀리 나아간다. 지금 내가 들리는 소리는 오직 물고기들이 모래를 파고들 때 나는 바스슥 소리와 나의 발등과 물의 저항이 만났을 때 나는 마찰음 뿐이다.


나는 하루를 살면서 지나치게 많은 소음과 잡음을 듣고 있다. 어떤 날은 '음소거' 버튼을 눌러 모든 소리를 정말이지 나에게서 차단하고 싶다. 어지러운 마음에 어지러운 소리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내가 버틸 수가 없는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럴 때면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진다. 내가 챙겨야 할 존재가 오직 나 뿐일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도망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직 나만의 '섬'이 없다. 열심히 헤엄을 쳐 당도할 작은 땅도 없다는 이야기다.


어떤 때는 나는 물속에서 제 멋대로 발구르기를 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몸 짓을 아무렇게나 지어보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그때의 물속 느낌은 마치 엄마의 자궁과 같다. 나는 엄마의 자궁에서 순수한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 그때의 나처럼 말이다.


물속에서 나의 폐가 더 이상 쪼그라 들 수 없을 때까지 숨을 참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찌릿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 것 또한 가끔 내가 수영을 하며 즐기는 짜릿한 경험 중 하나 이다. 이 짜릿한 전율 뒤에는 어떤 단계가 이어질까. 기절을 할까? 아니면 죽음? 결국 겁을 먹은 나는 얼른 수면 위로 올라와 다급한 숨을 내뱉는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내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기는 두려운 것이다. 혼자 있기를 원하지만 막상 완전한 혼자가 될 때면 외로워지고, 타인의 기대가 부담이 된다고 느끼면서도 이따금씩 무관심이 느껴질 때면 철저하게 외로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내 안에 있는 자잘한 모순들 때문에 나는 수영을 한다. 내면의 자잘한 모순들을 달래주는 데에는 나에겐 수영이 제격이다. 수영을 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만 세상과 차단될 수가 있다. 적어도 손을 내젓고 발을 구르는 그 순간, 나의 전신을 엄마 품에 담그고 있는 그때 만큼은 깊은 나의 심연 속에서 빛을 보려 고개를 내미는 독립적인 개체의 나를 잠시나마 풀어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자유로워진다.




나는 오늘도 수영을 간다. 벌써부터 몸이 나른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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