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회사에 다닐 땐
평일 낮, 볕이 좋을 때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꿈꿨었다.
따뜻하고 맛있는 차 한잔에
가벼운 책 한 권 두고,
여유 있게 그림 그리는 내 모습을 말이다.
언제까지나 로망이었었는데.
프리랜서인 지금은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카페에 자주 간다.
집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특히, 아이디어 스케치할 땐
안 풀리면 에이 될 대로 돼라 하면서
이것저것 주워 먹기도 하고,
화장실도 들락날락 거리고,
컴퓨터로 자료를 찾다가도
작업과는 전혀 상관없이
옷이나 화장품 같은걸 구경하게 되니 말이다.
일단, 카페에 갈 땐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나간다.
어느 장을 펼쳐도 쫙쫙 잘 펴지는 드로잉북 한 권,
연필과 펜, 지우개를 담은 파우치,
자료를 찾거나 중간 작업 사진 찍을 때 필요한
핸드폰과 충전기,
작업하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 볼
가벼운 두께의 책 한 권.
매일같이 함께하는 내 물건들을
무게도 가벼운 천가방에 담아서 카페에 가면,
왠지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것 같다.
음료를 주문하고,
생각나는 대로 글도 적고,
그림을 그린다.
몰입해서 한참을 있다가 밖을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하다.
집에 가기 전에
노트에 적은 것 들을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겨둔다.
벌써 올해는 스케치북 한 권을 채웠고
그림일기 노트도 2권이 다 써가서
새로 구입해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비워져 있던 노트가 채워진 걸 보면
왠지 내 속까지 꽉 채워지는 기분.
오늘 하루도 헛되이 보내진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특별할 것 없는 싱거운 하루지만
시시하지 않게 보낸 하루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