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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두 단어 12화

드라큘라와 헌혈

주의, 변태로 손가락질당해도 억울해하지 말 것

by 바질

소설 드라큘라에는 세명의 남자에게 청혼을 받은 아름다운 여자가 나온다. 여자가 피를 빨릴 때마다 돌아가며 자신의 피를 헌혈하고, 이를 은밀한 일처럼 숨긴다. 특히 남편에게 비밀로 하려는 모습에서 의아함을 느꼈다.


의아한 일은 계속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헌혈이 은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침저녁으로 생각해보았다. 헌혈을 "누군가의 신체 일부가 나에게로 들어오는 일"로 해석한다면, 드라큘라라는 소설이 그 시절 사람들에게는 꽤나 자극적인 소재일 수 있었겠다, 싶다.


그렇다면 그 시절 흡혈귀의 의미도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내 신체의 일부를 허락도 없이 가져가는 드라큘라, 신체 일부를 강제로 주입하는 주변 인물들을 보면 무언가 비위가 상하면서도, 집요하게 관음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심지어는 흡혈귀가 되어버린 여자를 위해 숭고한 다짐을 하던 남자 셋과 반헬싱은 여자의 가슴에 커다란 못을 박고 톱으로 목을 동강 잘라버린다. 악의 처단, 신의 품으로 돌아간 여자의 얼굴을 보고 안도하고 뿌듯해한다. 내용이 굉장히 고어틱해서 두 눈 크게 뜨고 읽게 되는 한편, 세상 사람들 꽤나 변태적인 면이 있네 싶다. 드라큘라가 여러 영화와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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