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에는 3년 만에 서울 불꽃축제가 열렸다. 틈이 있는 곳마다 사람이 빽빽했다. 다들 보고 싶은 것들을 잘 봤을까. 내가 갔던 장소에는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화려한 불꽃에 이성을 잃은 듯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갔지만 조금 조용히 해줬으면, 싶었다. 조용한 것이 좋다.
하늘에는 불꽃이 터졌다. 사람들은 불꽃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미어캣처럼 목을 쭉 뺐다.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다. 유튜브와 각종 SNS에는 이미 전문가가 올린 불꽃놀이 콘텐츠들로 가득하지만, 내가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담았다는 기쁨이 인증샷 문화가 탄생한 바탕일 것이다.
펑, 터지는 불꽃은 특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기승전결의 맥락. 영화처럼 자기소개를 시작하더니 점차 사건과 갈등이 깊어진다. 그러고는, 옆 돗자리 아이가 "더 큰 것이 온다" 소리치던 말처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절정과 해소로 넘어간다. 온 힘을 다해 뿜는 빛, 반짝이며 아래를 향해 떨어지는 잔상. 곧 회색 연기와 검은 밤하늘만 남는다.
사람들의 탄성도 같다. 화려한 불빛에 하늘이 환할 때에는 여기저기 함성과 박수가 야단이다. 그러고는 불꽃이 아래로 떨어질 때, 말소리는 잦아들고 검은 밤만큼 적막이 가득한 시간이 찾아온다. 작은 죽음을 목격한 사람처럼 슬퍼진다.
피가 끓어오르는 시간이 지나면 차가운 시간이 온다. 긴 적막감을 무엇으로 달래야 할까. 달래려 할수록 허전하고 고요해지는 기분이다. 우리는 매 순간 불꽃이 환한, 함성의 순간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적막의 순간을 떠올리고, 그것을 기본으로 여기며 잠깐의 빛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불꽃이 터지는 순간, 더 큰 함성을 지르고 더 큰 감동을 느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