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과 수영
이제는 불을 끄고 뒷정리를 할 시간
12:00 pm 회사 점심시간. 사무실 타자 치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린다. 창문을 보니 구름이 연하게 꼈다. 해는 사선을 향해 빛을 냈다. 아직 실내 공기는 춥지 않다. 가디건을 두르고 있어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속은 울렁울렁하고 심장은 뛴다.
점심은 에그 샌드위치에 무화과 두 개. 전날 삶아놓은 반숙란 두 개를 체에 거르고, 곱게 가루가 된 달걀 위에 마요네즈, 설탕, 머스터드, 파슬리를 뿌려 잘 섞었다. 모닝빵을 반으로 갈라 딸기잼과 달걀 베이스를 올려 다시 접었다. 도시락에 넣고, 파랑과 베이지가 지그재그 무늬로 놓인 도시락 가방에 넣었다. 천 가방의 촉감이 좋아서 점심시간에 꺼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기분이 급격히 좋아져서 별 것 아닌 일에도 웃다가 문득 슬퍼지고 했다. 발라드를 듣다가 심장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뉴진스 attention 노래를 들었다.
또 뭐가 있을까. 아침에는 수영을 했다. 서늘한 공기를 맞으며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영 강사님은 나를 초보반의 첫 번째 줄에 세우신다. 아직 3일 차이지만 강습을 잘 따라가고 있다. 앞으로 헤엄을 치고 있자면 강사님이 내 팔을 쭉 잡아당기며 다리를 더 휘저으세요, 한다. 시범을 보이듯이 내 두 다리를 붙잡고 세차게 흔든다. 강사님을 지나쳐 같은 메트로놈 속도로 다리를 휘저어본다. 금방 지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꼭 살아있는 듯해서 그 느낌도 좋다.
한 바퀴, 두 바퀴를 돌면 강사님이 그만, 한다. 앞에 아무도 없으니 쑥스러운 마음에 강사님 목만 쳐다본다. 어느새 수영장 공기는 따뜻해진다. 보일러를 켰나, 싶었는데 운동을 하니 몸에 피가 돌아서 그렇다. 차갑던 수영장 물이 이제는 개운하게 느껴진다. 1시간의 강습은 짧지만 기분전환이 된다.
샤워장을 나서면 깜깜하던 밖이 환하다. 동이 트고 구름 사이의 탁구공 같은 태양이 보인다. 성북천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며, 오리 어미와 새끼들, 홀로 선 학들, 비둘기, 강아지를 본다. 졸졸졸 흐르는 것들, 걷는 것들을 보며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두 번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