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學緣으로 이어져 있다."
첫 전학생을 보냈다.
신설 학교라 1년 동안 서른 명이 넘는 전학생을 받고 행정처리를 했지만 아이를 보내는 건 처음이었다.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 내가 좋아하는 마카롱 집에서 빨간색 미니 꽃다발을 골랐다.
"저로선 아쉽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지만, 어머니께서 많은 고민 끝에 최선의 길로 결정하셨을 테니 축하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꽃을 받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네요."라며 쑥스럽게 웃으셨다.
아이에게는 작은 문고판 『데미안』을 선물했다. 중학생에겐 어려운 책인 걸 알면서도 오래 간직할수록 더 깊어지는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끼워 넣을 편지에 쓸 말을 신중하게 골랐고, 고민 끝에 '학연'은 한자로 썼다. 출신 학교가 같아서 이어진 인연 말고, 우리가 배움으로 이어진 인연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우리는 學緣으로 이어져 있다."
나의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야.
너와 나도 마찬가지지.
우리는 學緣으로 이어져 있어.
내가 좋아하는 이 책이 너에겐 어떨지 궁금해.
- 2019년 0월 0일 영화샘
새삼 우리가 맺은 인연이 엄청나게 거대하게 느껴졌다.
제대로 된 첫 방학을 맞이하며, 방학이 교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감했다. 방학은 일더미를 잊는 휴식의 시간이기도, 새로운 교수방법을 익히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의 태도를 점검하는 성찰의 시간이다. 학기 중 정신없이 일이 쏟아지는 시기에는 아이가 아파서 조퇴하면 결석계 하나도 번거로운 일거리로 느껴진다.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한다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마음 쓸 여유가 없다. 방학이 되어서야 비로소 숨을 돌리며, 학기말에 바쁘다는 핑계로 예민하던 장면 장면이 떠올랐다.
전출 처리를 하며 오랜만에 누군가의 감정을 신경 써 헤아렸다. 전학 가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를 떠올리며 할 말을 골랐고, 이 시간이 낯설어서 부끄러웠다. 2학기에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말을 많이 걸어야지, 조금 더 장난을 많이 쳐야지, 새 학기를 시작하는 포부를 크게 가지며 아이와 어머니와 우리와 함께한 시간들을 보냈다.
전학이란 단순히 '행정 처리'가 아니라 사람이 오고 사람이 가는 일이라는 것을, 미래의 내가 계속해서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