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욱 Mar 25. 2024

이토모리 마을에 가다

<너의 이름은.> 기행 둘째 날

https://brunch.co.kr/@dragonwalker/111


올해 초에 다녀온 <너의 이름은.> 여행에 대한 글이 두 달 넘게 밀렸다.


보통열차로 14시간 걸려 다카야마에 도착한 이튿날, <너의 이름은>에서 미츠하가 사는 곳인 이토모리(糸守) 마을의 모델이 된 히다후루카와(飛騨古川)로 향했다.

다카야마 역에서 히다후루카와 행 전철을 탔다.

다카야마에서 히다후루카와까지는 북쪽으로 두 역 더 가야 하는데,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아담한 차량이다.

<너의 이름은.> 책자과 전철 표
<너의 이름은.> 안내 책자

다카야마의 관광안내소에는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을 안내하는 책자가 있다.

전철 창 밖으로 본 풍경

히다후루카와로 가는 전철 안에서 왜 <너의 이름은.>의 무대가 기후(岐阜) 현의 히다(飛騨) 지방인지 생각해 봤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나가노(長野) 현 동부 출신이다. 기후현과 나가노현은 맞붙어 있다. 아마도 기후현의 풍경이 신카이의 고향인 나가노의 풍토를 연상케 했던 것이 아닐까?

한때 기후현 북부와 나가노현 서부는 같은 현이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정부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번을 폐지하고, 중앙집권적인 현을 설치하는 폐번치현을 시행한다. 봉건제의 유산을 일소하기 위한 작업이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1871부터 76년까지 기후현 북부와 나가노현 서부는 치쿠마(筑摩) 현이라는 같은 현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후 현재의 기후현과 나가노현으로 분리되었지만, 두 지역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신카이 마코토의 고향인 사쿠()는 나가노에서도 동부에 위치해 있기에 기후와는 떨어져 있지만, 이웃 동네라는 의식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가노가 아니라 기후였을까? 자신의 고향을 직접 무대로 하기엔 민망했는지도 모른다. 간토(関東) 지방에 속하는 나가노보다 간사이(関西) 지방에 속하는 기후가 도쿄와의 대비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가노는 1997년 개통된 나가노 신칸센을 통해 도쿄로 직접 갈 수 있다. 물론 나가노현도 면적이 넓긴 하지만, 현청 소재지인 나가노 외에도 우에다(上田), 이야마(飯山), 카루이자와(軽井沢) 등 신칸센이 정차하는 역이 많아서 도쿄에 가기는 어렵지 않다.


그에 비해 히다에서 도쿄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특급 열차 히다를 타고 나고야로 가서 다시 신칸센으로 갈아타야 한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미츠하가 타키를 만나러 당일치기로 도쿄에 다녀오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인접해 있는 현이지만, 도쿄에의 접근성을 따지면 기후와 나가노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


히다후루카와 역에 있는 히다 소고기 마스코트 캐릭터 '히다쿠로'

히다는 소고기가 유명하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타키와 함께 히다 지방에 도착한 오쿠데라 선배가 마스코트 인형을 보고 귀엽다고 하는 장면에서 히다 소고기의 마스코트 캐릭터 '히다쿠로'가 등장했다.

케타와카미야 신사

히다후루카와 역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케타와카미야 신사(気多若宮神社)가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케타와카미야 신사에서 모시는 신은 스사노오의 6대손으로 니니기(瓊瓊杵)에게 나라를 양보한 오오쿠니누시(大国主)다. 오오쿠니누시는 시마네 현에 있는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의 주신으로 유명하다. (이즈모타이샤 방문기는 다음 링크를 참조)


https://brunch.co.kr/@dragonwalker/90


케타와카미야 신사  내부

<너의 이름은.>에서 미츠하는 미야미즈 신사라는 신사의 무녀 가문에서 자랐다. 미야미즈 신사의 모델이 된 신사는 따로 있는 모양인데, 위치상으로 보면 케타와카미야 신사가 미야미즈 신사의 모델인지도 모르겠다.



신사에서 내려다본 히다 시내
히다 시내 풍겸

케타와카미야신사를 나와서 히다후루카와 시내를 걸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특히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토(神道)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절이 등장하지 않는데, 히다후루카와에는 혼코지(本光寺), 엔코지(円光寺), 신슈지(真宗寺) 정토진종의 절이 세 군데 있다.


혼코지
신슈지
엔코지
고로케 '구로스케'

앞서 말했듯이 히다 지방은 소고기가 유명하다. 그런데 비싸다. 고깃집 같은 데 가서 히다 소고기를 사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히다 소고기는 인연이 없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길에서 '구로스케'라는 고로케집을 발견했다. 히다 소고기가 들어가 있다는 고로케는 하나에 270엔(!)이라는 센 가격이었지만, 먹어보기로 했다(보통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고로케는 하나에 120엔 내외). 주문을 받고 튀겨 주기에 따끈따끈하고 맛있었다.(맞춤법 검사를 하니 '크로켓'으로 순화하라고 하는데... 고로케는 고로케다.)

히다시 도서관

마지막으로 히다시립 도서관으로 갔다. 히다시립 도서관은 <너의 이름은.>에서 타키가 미츠하의 사망을 확인하는 곳으로 등장한다. 도서관 규모도 크지 않고, 책도 적은 편이지만, 인테리어는 세련됐다.


해질 무렵 히다시 관광을 마치고 다카야마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카야마에서 저녁을 먹고 알게 된 충격적 사실.

다카야마 시내의 스타벅스

다카야마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아니, 애니메이션에서 미츠하가 시골엔 카페가 없다고 그렇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던가! 도쿄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카페, 스타벅스가 히다후루카와에서 두 역 거리에 있는 다카야마에 있었다니! 굳이 타키랑 영혼 체인지 안 해도 전철로 두 역만 가면 스타벅스가 있잖아!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6~7년 전에 생겼다고 한다. 하긴 다카야마 시내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스타벅스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다카야마 시내 관광은 다음 편에 계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