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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 바이허니 Sep 06. 2021

국어 선생보다 시골 책방지기가 더 좋다고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로 채워가는 '동네 문화 놀이터'를 소개합니다

만화리의 바이허니 둘레길을 산책중인 박태숙과 강미





  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입니다.

       

   한 사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 아무래도 직업이겠지요. 벌써 30여 년이 흘렀으니 싫든 좋든 국어교사의 평균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한편 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꿈꾸었던 소설가 명함은 서른아홉 살에 얻었습니다. 

  여고 도서반 아이들이 일 년 동안 책 읽기를 통해 성장하는 내용을 다룬 장편소설로요. 국어교사였기 때문에 잘 쓸 수 있었던 제재였으니 나름 직업 덕을 본 겁니다. 

  그 후에도 저는 제 삶터인 학교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소설을 썼습니다. 잘 쓰고 싶으니 잘 가르치게 되고, 잘 가르치려고 애쓰다 보니 글도 그만큼 다채로워졌습니다. 이른바 교사와 작가의 선순환을 경험하며 조금씩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서른아홉 살에 만난 사람 중에 박태숙 선생이 있습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게 된 건데 그녀는 교내외 모임을 이끄는 좌장으로 바빠 보였습니다. 따르는 이들도 많아 그녀 주위엔 문제를 의논하거나 해결하려는 젊은 교사들로 북적였고요. 

  어느 날 그녀가 자기 집에서 밥을 먹자고 하더군요. 느닷없이 붙들려가 함께 밥을 먹게 되었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이후 밥과 말이 거듭되며 신뢰도 쌓였습니다. 한솥밥의 힘이었고 그녀는 그 힘을 즐겁게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그녀의 가치관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성적보다는 내면 성장을, 승자독식보다는 함께 나아가는 삶을, 그걸 가르치고 꿈꾼다는 점이 그랬습니다. 그녀는 교내외 활동으로, 저는 청소년소설로, 그 도구가 달랐을 뿐이었습니다.

바이허니 전경


  어느 날 그녀가 땅을 보여주었습니다. 퇴직하면 집을 지을 거라면서 말입니다. 박제상기념관 옆, 큰길가 반듯한 땅이더군요. 

  저는 그날부터 그녀와 그녀의 땅에 제 소원을 얹었습니다. 평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소망했고, 제 주위에 그 일을 꾸려낼 만한 일꾼은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의 판단은 거의 비슷하니 동료나 지인들도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그녀가 적격자라고 말했겠지요. 무엇보다 그녀 자신의 인생 설계와 선택이, 그녀 남편의 동의가 있었겠지요. 

  그래서 여기, <책방카페, 바이허니>가 태어났습니다.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많은 이들의 소망에 힘입어서요.

박제상유적지가 보이는 바이허니 옥상에서 맞이하는 서남쪽, 서쪽, 북쪽 저녁놀



   시내에서 떨어진 시골에 카페를 겸하는 책방을 하겠다고 하니 듣는 사람마다 무모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시작할 거라 하니 세상 물정 모르는 일이라 코웃음 쳤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녀가 하는 일이라면, 그녀의 인맥이라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던 저는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절대 망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기에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글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녀와 동네책방을 알리는 방법으로 그만한 게 없다 싶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함께 글 작업을 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개인 작업이 익숙한 저로서는 낯선 경험이었고요. 저는 건축설계 때부터 그녀 부부를 따라다녔고 그녀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소설 창작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제 삶의 지평도 넓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게 보고 들어온 이야기들을 여기에 한 꼭지씩 쌓아가려 합니다. 


  관찰과 인터뷰를 통한 글은 주로 제가 쓰고, 건물을 짓는 과정과 책방을 운영하는 세밀한 내용은 그녀가 쓰게 될 것입니다. 글과 사진을 가감하고 다듬는 건 함께 하겠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가독성을 위해 그녀의 문체로 통일할 것입니다. 그녀는 ‘나’로 드러나고 저는 'K'로 살짝 숨기로 한 겁니다.  

바이허니 설계를 의뢰하고 처음으로 받은 건축스케치

  


 이야기는 크게 3가지로 풀어갈 예정입니다.

   

   우선, 그녀를 책방카페로 이끈 것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국어 선생으로서 그녀에게 가장 큰 부분이었던 아이들과 학교도서관,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만들고 다듬어온 책과 사람들. 현재란 항상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이어서 땅을 산 뒤 건물을 올리기까지의 7 년 남짓의 시간을 복기해볼까 해요. 나무와 풀, 사람들이 공유했던 흔적인 터 무늬들과 건물이 태어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들 말입니다. 책방카페를 준비하는 독자를 생각하며 설계에서 시공, 실내외 공간 구성까지 최대한 자세하게 안내하겠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보따리에는 책방카페의 현재의 모습을 담으려 합니다.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 한 권의 책으로 둘러앉아 삶을 나누는 북클럽, 누군가의 재능을 함께 나누는 강좌들, 시골의 농부와 도시의 손님을 잇는 손바닥장터 등 책방놀이터의 '재미있지만 남는 것도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모자란 것은 보태주고 넘치는 것은 덜어가며, 어떤 것은 배우고 어떤 것은 가르치며, 어떤 날은 위로 받고 어떤 날은 위로해주며, 무엇이라도 제안할 수 있고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 동네 책방까페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요.    


카페에서 내려다 본 책방 전경

  

   모방 없는 창조는 없는 법이라 도움받았던 책방 순례도 다루었으며 영업비밀일 수 있는 내용까지도 가감 없이 적었습니다. 전국 곳곳에 동네책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 동네책방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다는 소망 때문입니다. 동네책방이 망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에 동네주민들이 동네에서 소소하게 문화를 만들어내보자는 꿈을 얹어' 책세권'을 엮어보겠습니다.

  

  전국 곳곳에 카페는 무수히 많습니다. 카페와 결합한 동네책방도 제각각의 빛깔을 자랑하고 있고요. 이곳은 그 많은 책방카페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방카페, 바이허니>가 무척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바로 제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역세권, 슬세권 못지않은 ‘책세권’ 아닐까요?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방카페, 바이허니>입니다. 


  바이허니 북스테이에서 씁니다. 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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