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 제니야
운전 중 강아지가 똥을 싼다면?
처음 유기견 임시보호를 시작해 만난 강아지는 별이였다. 별이는 작고 하얀 4개월쯤 된 믹스견 여아 였다. 유기견 임시보호에 관심을 갖고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는 몇몇의 단체를 찾아보다 별이를 알게 되었다.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지만 강아지를 한번도 키워본 적 없는 남편과 어렸을 때 잠깐 강아지를 키워본 적 있던 나는 강아지를 무작정 키우기 보다는 임시보호를 해보며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렇게 강아지 임시보호를 시작해 별이 토토 제니 테리 미나 이렇게 다섯 아이를 입양갈 수 있을 때까지 잠시나마 돌보았다.
그 중 제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몹시도 겁이 많은 아이 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려하고 차 안에서 앉는 것 조차 두려워 운전석으로 자꾸만 다가와 내 품에 서 있으려고 했었다. 덩치는 6키로 대 정도로 중형견 정도로 큰 편이었지만 개월수는 고작 4~5개월 남짓의 믹스견 여아였다. 겁많은 제니는 복실복실 하얗고 누런 털이 귀여운 아이였는데 처음 만났을 때 꽤나 꼬질꼬질한 악취가 났었다. 하지만 겁먹은 아이를 바로 씻길 수 없어 며칠은 참아 냈었던 기억이 난다.
병원에서 우리집으로 온 제니는 강아지 특유의 호기심은 전혀 없고 그저 모든 것을 너무 무서워 하고 겁을 내고 있었다.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경직되어 있는 채로 있다가 마음을 여니 애교도 부리고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한없이 순둥한 아이였다. 순둥한 제니는 이따금 켁 하고 기침을 했는데 며칠 지켜보다가 3일 째가 지나도록 그러니 혹여나 심각한 병은 아닐까 걱정이 들어 단체 운영진과 상의를 하다 연계병원으로 데려가 진찰을 좀 받아보기로 했다.
부랴부랴 차비를 하고 제니를 데리고 차에 타고 네비를 찍고 병원으로 운전을 해서 가고 있는데 겁쟁이 제니는 보조석에서 운전석으로 슬금슬금 자꾸만 오고… 다시 보조석으로 앉히니 급기야 보조석과 운전석을 오가며 똥을 싸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너무도 놀란 나는 급한대로 똥을 바닥으로 얼른 치우려 하다가 우회전 커브길에서 핸들을 심하게 꺽고 말았다.
소화수? 어떤 구조물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행히 외진 곳에 차량 통행도 많지 않은 곳에서 혼자 구조물만 받은 거라 차만 조금 망가지고 큰 불상사는 없었다.
“여보 나 차 사고 냈어”
남편은 회사 워크숍 때문에 지방에 가 있었다.
전화기 넘어로 망연자실 해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내 목소리가 워크숍을 함께 참석한 다른 과장님께도 들려 그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었다고 한다. 남편도 덩달아 황당함에 웃음이 나서 웃으며 “괜찮아? 어쩌다가 그랬어? 다치진 않고?” 하고 물어왔다.
“다행히 차 앞만 찌그러졌어.” 하고 나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내 눈에는 그냥 가벼운 수준의 정비만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남편은 사진을 받아보곤 ‘100만원은 족히 들어가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앞 범퍼가 움푹 들어가고 조수석 바퀴 위쪽이 너덜너덜해 차를 옴길 때마다 푸더더덕 소리가 났다.
다행히 지척에 자주 다니던 정비소가 있어 바로 전화를 했다. 상태와 증상과 위치를 설명하니 오래 지나지 않아 수리하시는 분이 오셨다.
“개가 똥을 싸서”
정비공 분을 보자마자 처음 한 말이 이랬던 것 같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너무 기가 차서 그랬나보다. 제니의 똥은 보조석에도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에도 놓여 있어서 그 분도 아셨을 텐데 말이다.
그 분은 별다른 조치 없이 그냥 바로 차를 가지고 정비소로 가셨다. 난 푸더덕 소리가 무서워 조금도 옮기고 있지 못하고 견인을 해야하나 했었는데 그저 타이어 위쪽 무언가가 찢어져 타이어에 닿을 때마다 그런 소리시켜냈었나 보다.
정비소로 가서 사정을 얘기하는데, “보험 처리 하시면 되요” 라는 얘기에 나의 답변은 “저희 자차가 안되요” 였다.
그렇다. 우리는 마침 사고 누적으로 자차보험을 거부당했고, 우리 차 수리비를 청구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정비공 아저씨께서 몹시 놀라셨다. “그럼 이를 어쩐담.. 돈이 꽤 나올 텐데..”
나만큼이나 걱정을 해주시는 눈치였다.
어쩌면 보험사는 이런 일을 예측했던 것일까.
결국 거의 절반의 가격으로 어렵사리 정비를 할 수 있었다. 대략 120만원 가량의 수리비가 나왔다.
너무나 경황이 없던 나는 그대로 집에 가기조차 너무 지쳐서 근처 카페로 향했다. 집에 가면 똥 묻은 제니를 그대로 목욕 시켜야했는데 그럴 힘이 전혀 없었다.
“나 차 사고 냈어. 제니가 똥을 쌌어.”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카페 사장님한테 한참을 하소연을 하고 나니 조금 정신이 차려졌다. 다시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제니를 데려가 씻기고 그 와중에 제니는 난동+도망+숨기 를 반복하며 겨우 씻기고 말리기를 마쳤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모르게 그 일이 있은 후 제니는 단 한차례도 켁 하고 기침을 하지 않았다.
제니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하나가 더 있다.
우리는 제니를 임보(임시보호) 할 당시 이미 해외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 전까지의 기간만 단기간 임시보호할 예정이었어서 우리가 여행을 가기 전날 제니를 임보해줄 또다른 봉사자 분께서 우리동네로 와 제니를 데리고 가시기로 되어 있었다. 지하철 역까지 제니와 함께 걸어와 그 분께 인사 드리고 제니를 인계 하고 집으로 왔는데 집에 채 들어가기 전 그 분께 전화가 왔다.
“제니가 도망쳤어요”
그분은 반 실성한 채로 울고 있었다.
친구가 차로 제니와 새 임보자를 데리러 왔는데 차에 태우는 과정에서 갑자기 제니가 몸부림을 치더니 그 순간 하네스가 벗겨져 사라졌다는 거다. 그 분은 너무 놀라 일단 찾고 있다고 도와달라고 전화를 했다.
“뭐라구요?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하고 뒤로 돌아 나가는데 제니가 있었다.
“제니야...”
제니는 나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다시 그 분께 전화를 걸어 제니가 이쪽에 있으니 집으로 일단 오시라고 연락을 하고 제니를 안았다.
우리집은 3층 제니를 다시 만난 곳은 2층이었는데, 단 한번도 자기 발로 계단을 올라온 적 없던 제니가 나를 쫓아 처음 가 본 지하철역에서부터 어떻게 우리집을 기억하고 찾아와 무서워서 단 한번도 오르지 못했던 계단까지 올라와 내 앞에 왔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때 떠오른 여러감정들이 뒤섞인다.
울면서 찾아온 임보자(임시보호 봉사자)분을 진정시켜 드릴 겸 같이 집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을 그분은 눈물을 닦으며 겨우겨우 진정을 했다.
“아이구… 제니야….”
나도 연신 그랬던 것 같다. 제니를 데려가셔도 괜찮겠냐 어떻게 하고 싶으시냐 물으니 데려가시겠다고 절대 안 놓치겠다고 하셨다. 나도 걱정이 되어서 제니가 쓰던 방석이며 내가 입고 지내던 잠옷이며 제니가 안정을 느낄 만한 것들도 함께 더 챙겼다.
그럼, 걱정이 되니 내가 직접 안아다가 차에 태워 드리겠노라며 제니를 안아 함께 내려갔다. 차 뒷자리 창문 넘어로 제니를 넘기고 돌아서는데, 그 밤 참 술이 많이 들어가더라.
그 집에 간 제니는 며칠간 담요 밖으로는 걸어나올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임보자 분 애를 어지간히 썩였다.
나중에 사진으로 본 제니녀석은 생각보다, 아니 걱정했던 내가 바보 같고 걱정시킨 녀석이 얄미워질 정도로 임보자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아 점점 더 밝아져 갔다.
원래 3박4일 짧은 기간만 맡아주시고 다시 우리집으로 제니를 보내주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제니에게 푹 빠진 임보자분들은 그대로 제니 입양 갈 때까지 맡아주시기로 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제니는 뉴욕으로 입양이 결정되었고, 입양 가기전 애견카페에서 우리는 재회했다.
“제니야, 잘가. 가서도 사랑 많이 받아”
뉴욕에 잘 도착해 주인 할아버지에게 안겨 소파에서 찍은 사진과 그 집 터주대감 강아지들과 형제처럼 붙어 서서 찍은 사진들을 받아보니 좋은 집으로 가 두발 뻗고 잘 지내는 구나 싶어 보기 좋았다.
제니 임보자 분들은 그 뒤로도 계속 임보를 하며 재밌는 글을 이따금 올려주셔서 흐뭇하게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