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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a May 28. 2020

네가 어렸을 때.

The Gift 2.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에 엄마는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했어.


지우의 엄마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할지,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거든.


선택지는 아래의 두 가지였어.

1안 : 지금의 자유

2안 : 지금의 희생


1안을 선택하면 그 당시 엄마가 하고 있던, 

엄마가 좋아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지만

너를 누군가에게 

혹은 어딘가에 맡겨야만 하고, 

2안을 선택하면 당장 엄마가 하고 있는 

좋아하는 일을 그만둬야 하지만 

너하고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였어.


1안을 선택해서 돈을 많이 벌면 

너에게 더 많은 특수교육을 시킬 수 있지만 

시간을 같이 보내기는 힘들어지고

2안을 선택하면 우리 모녀는 

늘 같이 있을 수는 있지만 

더 좋은 특수교육을 시킬 수는 없었지.


선택의 상황에서 엄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를 생각했어.


엄마의 60살 모습을 생각해본 거야.


1안을 선택했을 때 엄마의 60살은 

후회로 아주 가득 채워져 있더라.

하지만,

2안을 선택했을 때 엄마의 60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게 보이 더라고.


그렇게 2안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후회 없이 잘 지내왔어.

엄마는 그때에도 확신했었어.

60살에도 엄마는 분명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낼 거라고.


엄마가 제일 먼저 엄마 생각을 한 것이

혹시라도 서운하니, 나의 예쁜 아가?


만일 그때 엄마가 희생만으로 

혹은 상황 때문에 2안으로 떠밀렸다면

매일매일이 지금처럼 행복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 밤에도

엄마는 엄마가 가장 중요해.

엄마가 엄마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서

지우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것 같아.


사랑하는 나의 예쁜 아가야.

10여 년 전에 엄마가 무엇을 봤는지 아니?

60살의 엄마는 스물아홉 살의 딸하고 

여전히 지구를 여행하고 있었어.


엄마는 백발성성한 

노인이 되어있지만

우리 딸은 서른이 다 됐는데도 

여전히 아이 같고 순수하더라.


오늘로부터 약 10여 년이 또 지나가면

엄마는 60살이 되어있겠지.

언젠가 지우가 여기 이 글들을 읽고

엄마 마음을 조금은 알아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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