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차로 달리면 3시간 정도의 거리에 빠이(pai)라 불리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에 가기 전 들은 이야기는 예술가들의 마을 혹은 히피 여행자들의 안식처라고 들었는데 내게 빠이는 이번이 2번째다.
첫 번째 이곳을 방문했을 때 너무 빨리 이곳을 지나갔고 이번은 좀 더 여유를 느끼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 그러니까 그 짧은 순간의 여운이 내게 너무 길게 남아 이곳을 다시 찾아오게 만들었다.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 산골마을은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흔히들 많이 찾는 태국에서 유명한 방콕이나 푸껫처럼 화려한 리조트가 있거나 볼거리가 있거나 유적지가 있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마을에서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 태어난 곳도 아니며 그냥 작은 시골의 마을이다. 그것도 국경과 가까운 아주 깡촌의 시골 마을 가는 길도 꼬불꼬불 차멀미를 할 정도로 762 고개를 지나 3시간이나 달려야 하는 곳이다.
마을 옆에 작은 강이 흐르고 작은 산이 있고 히피들이 언제부터 이곳에 모였는지 모르지만 치앙마이와 매홍손 사이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배낭여행을 하는 히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 모여든 히피들은 그림을 그리고 이곳에서 빈둥빈둥 거리기 시작하며 카페를 만들어서 커피도 팔고 다양한 예술품을 만들어 이 마을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았다.
그리고 태국의 이 구석진 조용한 마을에 온 히피들은 이곳에서 긴 여행의 안부를 전하기 위해 집으로 엽서를 띄운다. 엽서도 자기들이 만들어 이곳에서 띄우고 또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엽서를 팔기 시작했다.
빠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 중 하나로 이곳에 파는 엽서에도 등장하고 저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도 볼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산을 구불구불 감싸고 있는 762 고개, 하루에 단 한번 뜨는 경비행기 그리고 남자 히피 그리고 태국 처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은 I LOVE PAI라는 문장을 이야기하는 그림이다.
로맨틱 도시 공화국 빠이!!! 길거리 간판마저 좀 남다른 느낌을 주는 이 작은 마을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여기 왜 이렇게 모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2일 정도 머무르니 나도 모르게 이 마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로맨틱 시티 빠이는 태국을 여행하는 배낭 여행자들이 휴식 혹은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마을 중 하나다.
사실 처음 이 마을에 도착하고 거리로 나갔을 때 당황했다.
거리에 예술가들이 북적거리고 이 작은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이 북적거리고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는데 웬걸 고양이와 개만 보인다.
낮 시간에 이 거리는 그냥 고양이들의 마을 이랄까?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가게들은 문을 닫고 있는 가게들이 많았으며 고양이들만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더위를 피해 열린 가게 안에서 배를 깔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있다. 거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들 마저 참 여유롭고 한가해 보였다.
이 마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우체통 그리고 마을로 들어오는 혹은 마을을 떠나는 백패커들이다.
우체통을 처음 봤을 때 요즘 누가 요즘 편지 따위를 쓰냐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마을 엄청나게 많은 빨간색의 우체통이 있다. 왜 이렇게 우체통이 많지라는 의문과 여긴 시골이라 아직 통신 수단이 발달할지 않아서 다들 편지를 쓰나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처음에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각자 고향에 엽서를 띄운다. 어디서든 엽서를 사고 그리고 친구 혹은 연인 부모님에게 엽서를 보낸다.
동남아를 방황한 유럽의 백패커들은 이곳에 와서 엽서를 띄우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고향으로 떠난다.
블랙캐니언 카페는 빠이에서 꽤 유명한 카페 중 하나다. 낮에 멍하니 앉아 커피 한잔 하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은 곳으로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너무 심심해 보이는 마을 이었다. 개와 고양이가 더위를 피해 드러누워 사람을 쳐다보고 거리에는 사람도 없고 우체통만 보이고 엽서를 파는 가게만 몇 곳 오픈해 있다.
그런데 이 마을 해가지기 시작하면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신데렐라 동화 속 무도회에나 가는 것처럼 해가 지면 거리에 가로등이 켜지고 가게들이 문을 열고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고양이와 개만 보이던 작은 거리 도대체 이 작은 마을에서 이 사람들 어디에 있다 나왔을까?
하루의 2부가 시작되는 시간 해가지는 시간을 난 하루의 2부라고 한다.
유럽에서 건너온 히피들과 백패커들 그리고 중국인들로 거리가 북적이고 낮에는 문을 닫고 있는 가게들 불이 켜지고 이제야 하루를 시작한다. 길거리 노점상들은 입을 즐겁게 해줄 음식들을 팔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 곳에서 특별히 무엇을 하지는 않는다.
맥주를 들고 거리를 거닐며 노점상에서 군것질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 춤을 추는 남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는 화가, 엽서를 쓰는 사람...
낮에 보았던 별것 아니었던 풍경이 엽서 속에 들어가니 또 다른 느낌이다.
낮에 보았든 느낌과는 다르게 거리에 누워있던 강아지마저 엽서 속에 들어가니 특별하게 보인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것 빠이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리고 엽서를 쓰는 사람들 그러고 보니 편지를 쓰는 걸 보는 건 오랜만이다.
사실 요즘 누가 편지나 엽서를 보내나 싶은데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만 켜면 메신저로 바로 대화도 가능하고 얼굴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해보고 싶어 진다.
막상 연필을 손에 쥐니 너무 오랜만에 쓰는 편지라 무엇을 기록할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지금 기록하는 이 시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이 시간에 대해 기록해 본다. 쓰면서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했다. 정말 오랜만에 손으로 직접 글씨도 쓰보고 우표도 붙여보는 거 같다.
3일 후에 귀국이니 아마 이 엽서는 나보다 늦게 한국에 도착할 거다. 그러고 보니 편지를 보낸 적도 손 글씨로 작성된 편지도 꽤 오랫동안 받아 본 기억이 없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이 뭘 하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서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떤 사람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고 다른 이는 그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어떤 이는 음악을 틀어놓고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어떤 이는 그 옆에서 책을 읽고 또 어떤 이는 길에 주저앉아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가게에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히피들 혹은 아티스트들이 만든 조각이나 그림엽서 등을 팔고 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그런 풍경들이 티셔츠나 엽서 혹은 머그컵 속에 들어가 길 위에서 뒹굴고 있든 돌덩어리 마저 다시 살아나 특별한 느낌을 준다.
빠이 거리의 펍에서 기르는 달마시안 강아지 멋진 목도리까지 두르고 마실을 나왔다. 이 시골 마을에 어울리는 강아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밤이 되니 저 강아지도 특별하게 보인다. 그리고 다시 보니 꽤 반갑기도 하다.
빠이는 유럽의 백패커들이 많이 찾아오는 마을이라 이 작은 마을에 유럽식 레스토랑, 펍, 태국식 레스토랑까지 입을 즐겁게 해주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골목골목 숨어 있다.
낮에 커피를 마셨던 블랙캐니언 카페에 와서 다시 또 커피를 마신다. 이 카페도 낮에 보든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기자기한 매력이 느껴지는 낮에 보았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그런 거리라고 할까?
11시쯤이면 다시 가게들은 하나씩 문을 닫고 거리에 불이 꺼지기 시작한다. 맥주를 파는 가게들만 듬성듬성 불이 켜져 있고 나처럼 속 편하게 거리에 앉아 캔 맥주를 훌짝홀짝 마시는 사람들만 보인다. 빠이는 화려한 볼거리도 유서 깊은 유적지가 있는 곳도 아니다.
이곳을 여행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화롭고 조용한 작은 산골 마을 빠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도 특별하게 느낄 수 있고 바쁘게 살면서 경쟁하던 것은 잊어버리고 이곳의 여유와 자유를 느끼면 된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냥 각자의 여행을 하면 된다. 낮에는 동네 백수처럼 딩굴거리다 해가지면 거리로 나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편집숍에서 파는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쇼핑하거나 맥주를 마시며 떠들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여행 중 힘이 들고 지쳤다면 이곳을 찾아와 빈둥거리며 생각나는 사람에게 엽서를 보내보자.
게스트하우스에서 유럽에서 온 백패커에게 여기 와서 무엇을 했냐고 물으니 그가 그랬다. "nothing~" 이곳에서 그러니까 nothing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쩌면 매일매일 주변을 보지 못하고 바쁘게 살다가 오랜만에 여유를 느낀 곳이다.
손 편지도 쓰고 처음 왔을 때 보다 훨씬 더 긴 여행을 하며 뭔가 특별한 것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아마 3번째로 이 작은 산골 마을에 돌아온다면 그때는 나도 이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방법.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치앙마이 아케이드 버스 터미널에서 미니 버스를 이용하거나 비행기를 이용하면 되는데 버스의 경우 180밧 비행기는 5000밧 가까이 요금이 나온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3-4시간 정도 소요되고 구불구불한 산길이라 차멀미가 있는 사람은 미리 멀미약을 챙겨 먹어 두는 게 좋다. 버스를 타고 가면 휴게소는 딱 1번 들른다.
칸 에어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30분이면 이곳에 도착하나 하루에 단 1번만 비행기가 있으니 비행기 시간은 미리 체크해 두는게 좋다.
난 비행기보다 미니버스를 타고 가기를 권한다.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미니버스를 이용해 빠이에 도착한다. 가는 중에 함께 여행할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뭐랄까? 이곳 사진이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있는 마을이 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