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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의 남자 Jul 12. 2022

Verde Minho in 리스본

먹는자의 기억법 #9

리스본 좁은 비탈길 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음식점. 자그마한 석쇠에 각종 생선과 고기를 구워 샐러드와 함께 내놓는다. 사이드로는 쌀밥 혹은 감자튀김이 따라붙는다.


소금 외에는 별다른 양념이나 조미료가 보이지 않는다. 재료들은 제각기 굽고 찌고 튀기는 1차 조리를 거치면 곧바로 플레이팅이다.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간단함에도 입 안에서 느껴지는 그 맛은 결코 간단치 않다. 분명히 저 조리 과정을 빠짐 없이 눈으로 확인했는데, 예상되는 맛이 아니라 신세계가 펼쳐지는지.


손님들은 집 앞 편의점 들르듯 조용히 들어와 짧게 주문을 하고는, 묵묵하고도 신속한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나간다. 사장으로 보이는 백발의 두 노인은 주문을 받을 때 고개를 한 번 끄덕, 손님이 돈을 지불하고 나갈 때 또 한 번 끄덕, 이렇게 두 차례의 고갯짓 뿐이다.

리스본에 머무르는 동안 세 차례 방문했는데, 영어가 거의 되지 않는 두 노인들은 내가 이곳에 발을 들일 때마다 온 얼굴로 난처함을 표하곤 했다. 고개 끄덕임 한 번 대신 최소 몇 분은 소요되는 주문 시간 때문이었을 터.


그럼에도 음식 맛은 변함없이 훌륭했고, 식사를 마치고 나갈 적엔 특유의 그 무덤덤한 작별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개성 희미한 도시가 서서히 가슴 속 깊이 밀려 들어온 데는 이곳 지분도 상당할 것으로 사료되는 바.


역시나 진정한 로컬 식당의 정체성은 다름 아닌 무심함이 아닐런지.


Calçada Santana 17, 1150-169 Lis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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