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자의 기억법 #18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추구한다. ‘숨은 맛집’이니 ‘찐 로컬 식당’ 혹은 ‘현지인 바이브’ 같은 키워드에 쉬이 현혹되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과정을 따라 찾게 되는 곳들은 대부분 이미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마련이고, 그렇게 몰려드는 이들에 대응하느라 가게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희미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행히도 여기는 그런 불행한 사례의 범주에는 아직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음식의 조리와 서비스 전반의 프로세스는 마치 AI처럼 일정하며 분업화 또한 확실하다. 세월로 인해 낡았으되 깔끔한 공간과 식기와 집기들. 다국적 게스트들을 응대하는 과정의 다소간의 서투름마저 오히려 미덕으로 다가오는 대목.
아참.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부분에는 글을 할애하는 것에 인색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곳 돈카츠의 맛도 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