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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의 남자 Apr 29. 2024

코린수산(香鱗水産) in 도쿄

먹는자의 기억법 #19

여행지에서의 행운은 언제나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들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


지나치게 사악한 도쿄 주말 숙소 가격을 이기지 못하고 스가모라는 변두리 동네까지 밀려나야 했다. 동네가 유독 조용하고 길거리에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이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 별명이 ‘노인들의 하라주쿠’라나 뭐라나.

쉬어가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여유롭게 마을 풍경을 즐기던 어느 초저녁, 동네 어귀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식당을 발견하고 저녁이나 해결할 요량으로 발을 들였다.


협소한 2인 테이블 4개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3명의 노인들과 1명의 청년, 그리고 중년부부 한 쌍이 각기 떨어져 앉아 있었기에 남은 자리에 눈치를 보며 자리를 잡았다.

일본 그것도 도쿄에서 한국인의 존재가 그리 특별할 이유 따윈 없을텐데도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가벼운 취조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붙이고 술과 음식이 오간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가 뒤섞이는 가운데 두 나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담론이 펼쳐진다.


자정에 다다르자 주인장은 간판불을 끈 뒤 술잔을 들고 테이블에 합류했다. 한 번 열려버린 모두의 마음은 끝내 닫히지 않았고 한 차례 터져버린 웃음도 끝까지 잦아들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들은 그렇게 밤새도록 계속됐다.

어떻게 귀가했는지도 모른 채 맞은 다음 날 아침의 숙취는 상상을 초월했지만, 남은 기억은 그 이상으로 달달했다. 그리고 술자리의 누군가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그날 그 시공간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言葉の壁…国の違い…というのは、もはや何の意味も持たないくらい皆が一緒に楽しい時間を過ごせたように思います。またお会いできる日を楽しみにしております。いつまでもお元気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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