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쏘스드 마켓 (Sourced Market)
런던은 영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시이자 수도이며 인기 있는 관광지이다. 런던을 여행하다 보면 정말로 많은 펍을 볼 수 있지만 유독 보틀샵은 찾기가 매우 어렵다. 영국 런던의 물가와 미친 듯이 비싼 월세를 생각한다면 개인이 보틀샵을 운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망하는 길이 틀림이 없다. 하지만 접근성이 아주 좋고 다양한 런던 크래프트 맥주를 보유하고 있는 보틀샵이 있다. 바로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St. Pancras Station)에 위치한 쏘스드 마켓(Sourced Market)이다. 가장 찾기 쉬운 이유는 우선 매장 위치 때문이다. 매장은 센트럴 런던에 있는 세인트 판크라스 역(St. Pancras Station) 안에 매장이 있고 길 건너면 바로 킹스 크로스 역(King's Cross Station)이 있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과 킹스 크로스 역은 런던을 여행한다면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는 기차역이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은 벨기에나 프랑스로 가는 유로스타(Eurostar) 기차와 주로 영국 중부 도시를 가는 기차를 타는 곳이며, 킹스 크로스 역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을 타고 도착할 수 있는 곳이며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여러 도시를 가는 기차를 타는 곳이다. 이렇게 접근성이 좋은 기차역에 쏘스드 마켓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쏘스드 마켓(Sourced Market)은 전문적인 맥주 보틀샵은 아니다. 쏘스드 마켓은 맥주, 와인, 치즈, 커피, 샌드위치 등등을 파는 매장이며, 매장 안에 맥주 보틀샵 섹션이 따로 있다. 주로 다양한 런던 크래프트 맥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웬만한 런던 크래프트 맥주의 라인업을 다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많은 맥주를 보유하고 있다. 비버타운 브루어리(Beavertown Brewery), 파이브 포인트 브루잉(The Five Points Brewing), 브루 바이 넘버스(Brew by Numbers), 커넬 브루어리(The Kernel Brewery), 크레이트 브루어리(Crate Brewery), 포퓨어 브루잉(Fourpure Brewing), 토스트(Toast) 등등 다양한 런던 크래프트 맥주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보틀샵보다 쏘스드 마켓이 좋은 점은 구매한 맥주를 매장에서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보틀샵을 방문하면 매장 안에 마실 곳이 없거나 맥주잔을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 하지만 쏘스드 마켓은 구매한 맥주를 매장에서 마실 수 있다. 매장을 방문해서 맥주 가격표를 자세히 보면 드링크 인(Drink In)과 드링크 아웃(Drink Out)으로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드링크 인(Drink In)은 매장에서 구매한 맥주를 매장에서 직접 마실 때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며 맥주를 잔에 따라서 마실 수 있도록 하프 파인트(Half-Pint) 잔을 준다. 약 0.7파운드(한화로 약 1000원)의 추가 금액이 있지만 이왕 맥주 마시는 거 맥주잔에 따라서 마시는 게 좋다. 맥주를 잔에 따르면 맥주의 아름다운 색깔을 확인할 수 있으며 향과 풍미를 더욱더 즐길 수 있다. 드링크 아웃(Drink Out)은 맥주를 매장에서 마시지 않고 구매해서 바로 집에 가져갈 때 지불하는 비용이다. 펍에서 찾을 수 없는 맥주들이 많으니 한 번 들려서 평상시 마시고 싶었던 런던 크래프트 맥주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며 기차를 기다리면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이다.
필자는 쏘스드 마켓에서 비버타운 브루어리의 루폴로이드 IPA(Lupuloid IPA) 맥주를 마셨다. 루플로이드 IPA 맥주는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스타일의 맥주이다. 도수는 6.7% ABV이며 IBU는 55이다. 맥주 캔을 따는 순간 자몽향이 화사하게 느껴지는 맥주였다. 하얀 거품, 황금빛 색깔, 여과되지 않아서 탁했다. 열대과일 향(파인애플, 망고) 향과 오렌, 자몽향이 아주 매력적인 맥주였다. 홉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맥주이며 쓴맛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 보다도 적절한 쓴맛이 느껴져서 맥주를 좀 더 즐길 수 있었다. 드링크 인(Drink In) 가격은 4.25 파운드였고 드링크 아웃 (Drink Out) 가격은 3.50 파운드였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공항을 가기 전에 쏘스드 마켓에서 맥주를 사 가려고 다시 들렸다. 맥주를 산 후 공항 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브루 바이 넘버스(Brew by Numbers)의 IPA 맥주를 사셔 마셨다. 맥주 상표를 자세히 보면 숫자 4개가 써져있다. 이 숫자는 맥주마다 다른데, 앞에 두 숫자는 맥주 스타일을 의미하고 뒤에 두 숫자는 레시피를 의미한다. 숫자를 사용해서 아주 독특하게 레이블을 장식하는 맥주 회사이다. 브루 바이 넘버스의 '05/25 India Pale Ale - Citra&HBC 431' 맥주 스타일은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이다. HBC 431와 씨트라(Citra) 홉을 사용하여 만든 인디아 페일 에일 맥주이며 도수는 6.3% ABV이다. 하얀 거품이 적었으며 매우 탁하고 노란 색깔을 가지고 있는 맥주였다. 씨트러스(오렌지, 레몬)와 자몽향이 지배적이었으며 꿀과 같은 몰티함도 약하게 느껴지고 쥬시 했던 맥주였다. 주스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맥주였다.
히드로 공항을 가기전이나 유로스타 기차를 타기전 시간이 남는다면 쏘스드 마켓을 방문해 보자. 쏘스드 마켓에서 런던 크래프트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기차를 기다리면 지루한 시간이 좀 더 빨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