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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mengs Apr 01. 2024

사랑하는 아기야

내가 널 돌보고 싶다.


아기는 벌써 6개월이 되었다. 나는 아기 3개월 지난 시점부터 출근했다.

시터님이 오셨고, 지금은 두번째 시터님이 아기를 돌봐주시고 있다.

아기 4, 5개월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다.




길가에 유모차가 지나갈 때마다 그 속에 있을 아가들을 꼭 보게 된다. 직장 다니지 않고, 내 아기를 내가 돌보는 분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니면 육아휴직 1년을 쓸 수 있는 분들이 부럽거나.


길에서나 교회에서 보게 되는 영유아들의 옷차림을 보며, '내가 잘 해주고 있는 건가'하는 의문이 들 때도 많다. 받은 옷들이 많다며 옷을 안사고 있었는데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가니 패딩은 너무 덥다. 간절기 옷이 없구나, 하는 걸 깨닫다가도 담요 덮으면 얼추 되는 것 같아 그 차림에 방수비닐로 유모차 씌우고. 맞게 하는 건지 통 모르겠어서 자꾸 남들을 보게 된다.



나와 남편을 보면 환히 웃어주는 아기가 너무 좋기도 하면서, '아 나도 잘 돌볼 수 있는데'하는 아쉬움도 공기처럼 있다. 아마 상황이 바뀌기 전까지는 이모님이 아기를 보시고, 나는 직장으로 출근하겠지. 아기만 남겨두고 집을 나오는 상황은 언제쯤 끝날까? 아기가 침을 흘리든, 게우든, 무슨 짓을 하든 난 예쁘게 봐줄 수 있는데.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이 있다. 아기가 무슨 짓을 하든 괜찮다고 웃어주는 사랑을 주고 싶다.


커리어가 있다는 것, 그걸 이어갈 수 있는 건 참 축복인데도, 난 자꾸만 아기랑 같이 못지내는 걸 아쉬워한다..그래도 이모님이 아기를 사랑해주시는 것 같을 때면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다', 싶다.



아기를 낳아놓고 내가 못 돌보니까 가끔은 아쉽고 슬프다.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이곳이 가장 좋게 인도해주신 길일 텐데도, 나는 자꾸 뒤돌아본다. 그러다가도 이모님께 감사하며 지내고. 반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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