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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이 살아 본 그 곳'에 다시 가다

캘리포니아, 사람 여행

by Clair Park 박민경 Oct 24. 2017

미국에서 지낸 2년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었다.


1년 반 전.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제 이 분들을 다시 뵐 수 있을까 생각하니 떠나기도 전에 그리움이 덮쳐 와 아이 둘과 나,짐가방 6개를 공항까지 실어다 줄 택시 앞에서, 배웅해 주시던 Hide할머니와 껴안고 펑펑 울었었다. Hide는 미국 생활 중 만나게 된 가장 소중한 세렌디피티였다.


집 렌트도 빼고 떠나기 전 며칠 간을 할머니 집에 머물게 해 주시고, 차도 처분한 우리를 어디든 데려다 주시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짐을 싸 주시고, 짐싸기를 겨우 마치고 공항 가기 전 마지막 저녁식사까지 사 주신 Hide. 소중한 의미가 담긴 몇 가지 선물을 건네드리자 눈물 쏟으시던 모습이 여전히 어제 일처럼 생각난다.


이제는 마음의 고향이 된 캘리포니아로 1년 반 만에 다시 온 가족이 함께 비행기를 탔다. 그 곳 친구들과의 추억이 한가득 담긴 나의 책을 들고. 7월에 출간된 책을 선물해 드리며 감사를 전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큰 목표였다.

미국에 갈 당시 2학년이던 큰 딸 민주는 지금 5학년이다. 민주는 지난 겨울 히데 할머니가 보고 싶다며  혼자 씩씩하게 할머니댁에 석 달 간 다녀 왔지만 남편과 나, 둘째 YJ은 떠나오고 처음다.


우리의 도착일 마침 히데 할머 동부 여행 중이시라 떠나기 전 이웃에게 집 열쇠를 맡겨두 집을 통째로 우리에게 내어 주셨다. 우리가 일주일 간 애리조나 여행을 마치고 온 다음 날 Hide도 집으로 돌아오셨고, 마치 친정 엄마네 간 듯 내내 할머니댁에 머물렀다. 매 끼니 식사도 만들어 주시고 할머니 방의 제일 편한 침대도 우리에게 내어 주셨다. 마치 떠난 적 없었던 것처럼 예전의 편안함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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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Hong은 우리에게 3주 내내 본인 차를 빌려주었다. 2만 km도 타지 않은 새 차와 다름없는 인피니트를! 


Ed는 텐트, 침낭, 겨울재킷까지 모든 캠핑용품을 완벽하게 빌려 주어서 무려 40도의 기온차가 난 눈 덮인 그랜드캐니언에서 캠핑을 수 있었고,

Ed 덕분에 그랜드캐니언에서 세번째 캠핑을 할 수 있었다Ed 덕분에 그랜드캐니언에서 세번째 캠핑을 할 수 있었다
뒤뜰에서 텐트와 장비사용법을 일일이 시범 보여준 Ed  뒤뜰에서 텐트와 장비사용법을 일일이 시범 보여준 Ed  

'겁 없이 살아 본 미국'의 표지 가족사진을 찍어주셨던 사진 작가 Robin은 언젠가 다음 책에실리기를 바란다며 또 한번 가족사진을 선물로 찍어주셨고, 올해 땡쓰기빙은 함께 하지 못하는 대신 예년과 같이 홈메이드 땡쓰기빙 음식(칠면조, 스터핑, 그레이비, 크랜베리 소스, 애플파이, 펌킨파이)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셨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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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로 이사 가신 Sue는 이사간 집의 첫 번째 손님으로(심지어 Sue대학생 딸도 아직 집에 가보지 못했다) 우리를 초대해 주셔서 커버도 뜯지 않은 새 침대를 내어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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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는 휴가 차 가신 리조트로 우리를 초대해 주셔서 덕분에 좋은 리조트에서 뜻밖의 휴가를 함께 즐기게 되었고, 캘리포니아에 돌아와서는 토랜스 바닷가로초대해 주셨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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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ry는 애리조나 카우보이식 식사를 맛보여 주시겠다며 초대해주어 아들 가족까지 모두 불러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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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한국으로 여행와 우리 집에 묵으셨던 Ann은 애틀랜타에서 Hide집으로 의미 깊은 선물을 보내 주셨으며,


Hide의 언니 Kiku와 남편 Leo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와주셨,


올해 초 멕시코 크루즈 선상에서 90세 생신파티를 하실 때 미국에 있던 민주를 초대해 가족여행에 데려가 주셨던 Beth는 이번에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고,


Gym친구들은 우리에게 송별회를 열어 주었던 장소에서 환영파티를 열어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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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가족과 Aiperi 가족과 Karen가족은 으로 초대정성스러운 홈메이드 식사를 만들어 주셨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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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e는 잠깐이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러 와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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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 친구들도 멀리서 일부러 와 주었다...


모두들 책 내용을 너무 궁금해 하셔서 친구들이 등장한 부분은 영어로 번역해가서 나누어 드렸더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책에 내용과 사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진심으로 환대해 주시고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가슴 한가운데서 자주 뜨거운 것이 울컥했다.


떠나는 날 Hide와 언니 내외인 Kiku, Leo를 모셔 두고 가족 넷이 큰 절을 올렸다. Kiku할머니와 Leo할아버지는 큰 절이 어떤 것인지 몰라 신기해 하시면서도 눈물을 훔치셨고, Hide는 이제 한국식 큰 절이 무엇인지 잘 아신다.  내년에 한국을 방문하시기로 약속한 Hide와 몇 달 후면 재회할 것이라 이번만은 헤어짐이 쉬울 줄 알았. 하지만, 감사함과 따뜻함과 그리움과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기원하는 마음이 한데 버무려져 이번에도 또 어김없이 뜨거운 눈물이 삼켜지질 않았다. 

오직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사람에 대한 감사함만 가득 안고, 다시 돌아왔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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