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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 Park 박민경 Nov 07. 2017

미국 추수감사절 집밥

추수감사절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요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 한국 추석처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여러 날 연휴를 갖는다.


 미국에서의 첫 해 추수감사절에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긴 연휴라는 것에 만세를 부르며 연휴 내내 세콰이아, 킹스캐니언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했다 (11월 말에 계곡 옆에서 물소리 들으며 텐트 캠핑을 하니 옷을 네 겹 겹쳐 입고 침낭 위에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자도 추웠다).


이듬해 추수감사절이 다시 오기 전에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나와 아이 둘이 어떻게 긴 연휴를 보낼까 고민하는 찰나 여러 친구들이 우리를 초대해 주었다. 당일 점심, 당일 저녁, 전 주의 주말 저녁까지 추수감사절 식사에 세 번이나 초대받은 데다가 남은 음식들을 잔뜩 싸주셔서 이후로도 거의 일주일간 추수감사절 음식만 먹었다. 음식 맛도 모두 훌륭했지만 마치 우리네 명절 풍경처럼 남은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시며, 영어로는 정확하게 표현이 안되는 '정'도 한꾸러미 같이 넣어주셨던 기억이 가장 따뜻하게 남아 있다.



 

프리다네 집. 프리다는 직접 만든 초대장을 건네주었다. 나는 무엇을 가져가면 좋을지 여쭤보았고 한국음식을 한 가지 가져와주면 고맙겠다는 말씀에 큼지막한 고기 손만두를 찜통에 쪄서 가지고 갔더니 인기가 최고였다. 부모님, 두 딸 내외와 손주 넷, 우리 가족까지 대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라 거실에 놓여 있는 탁구대에 테이블보를 덮어 근사한 식탁을 만들었다. 마당에서 주운 낙엽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으니 추수감사절 느낌이 물씬 난다.  





로빈과 데니스의 집.

크기가 엄청난 칠면조에 갖은 양념을 해서 오븐에 잘 구우면 완성. 집집마다 고유의 레시피를 가진 특색 있는 음식은 스터핑(stuffing)인 것 같다. 스터핑은 빵과 양파, 고기, 야채 등을 섞어서 칠면조 안에 넣어서 굽기도 하고 따로 요리하기도 한다.  




Hide는 75년 평생에 추수감사절 음식을 단 한번 요리해 보셨다며 집밥 대신 추수감사절 당일에 할머니가 늘 가시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사주셨다. 메뉴로는,


스타터

1. 하우스 샐러드 2. 수프 3. 시저 샐러드 중 택 1


메인 메뉴

칠면조

그레이비(소스)

콘브레드 스터핑

피칸을 얹은 고구마

으깬 감자

애플 오렌지 크렌베리 렐리쉬

빵/ 마들렌


디저트

펌킨 파이 또는 피칸 파이 중 선택

(어른은 $18.99, 아이는 $8.99)



이 명절의 기원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필그림들이 첫 수확을 기념하고 감사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라, 추수감사절에 클레어몬트 타운 내 'Pilgrim Place(우리로 치면 실버타운)'에서는 볼 만한 행사가 많이 열린다. 필그림 플레이스 내 거주자들은 추수감사절 행사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여 직접 만든 잼이나 빵, 악세사리, 중고가구와 중고서적 등을 판매하기도 하고, 카페테리아에서는 추수감사절 음식을 뷔페식으로 차려내 판매한다. 필그림들이 미국으로 이주할 때 탔던 메이플라워호를 재연하여 아이들의 코끼리 열차 형태로 운행하는데 긴 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 일 년 중 가장 할인폭도 크고 매출도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쇼핑의 날,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쇼핑센터마다 당일 선착순 몇 명에게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컴퓨터, 청소기, 핸드백 등 고가의 제품을 판매해서 밤샘 줄 서기 전쟁이 벌어지고 먼저 물건을 차지하려고 난투극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지만 요즘은 온라인 쇼핑이 많아져서인지 그런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이 날 쇼핑 가면 계산대 앞에서 마음 비우고 줄서기를 각오해야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도 한번 경험해보자 싶어 쇼핑센터에 나섰다가 끝도 없이 늘어선 계산대의 줄을 보고 미련 없이 (미련 없...는 척) 돌아나왔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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