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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Oct 10. 2022

여자의 적은, 역시 여자

시대가 변한줄 알았지 뭐야

골프연습장에서 말 거는 아저씨들 때문에 골프 못 해 먹겠다고 했더니.


"관심받을 때가 고마운거야."

"난 그래도 부럽다."


대체 뭐가? 무엇이 고맙고 부러운걸까?

난 스트레스받아서 그만두고 싶은데.


아주 오래 전 내가 20대이던 때에 밤마다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는 복학생(나는 알지 못하는 복학생이었다) 때문에 무서워서 일찍 귀가해야했던 내게.

부럽네. 자랑하는거냐.

혹자는 뒤에서 쟤가 그 정도냐, 혹시 자작극 아니냐고 뒷담화를 하기도 했다.


대체 뭐가 그리 부럽고 자랑인걸까?

원치 않는 구애 그 자체가 범죄라는 목소리는 그저 뉴스용에 불과하다. 실제로 일상에선 원치않는 관심을 불편해할 자유 조차 없다. 특히 여자들 앞에서는.

오히려 친한 남자 선후배, 우리 아버지와 남자 형제는 함께 불같이 화를 내준다. 어떤 놈이냐고.


여자들 스스로 남자들의 관심이 그저 부럽고 고마울 뿐이라 말하면서, 또 어느날은 갑자기 그건 범죄라고 한다. 누군가 죽거나 다치면. 그런데 상해와 살인은 원치않는 관심이 이어진 결과이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관심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생각지 않고 자신의 관심을 무시한다는데 분노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관심을 원치 않는다는 것. 가해자가 놓친 본질은 이 것이다.


남자들의 관심이 부럽고 고마워야한다고 말하는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그 관심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심적으로 이런 범죄를 지지한 것이다. 다만 결과 앞에서 이건 아니지라며 선을 그었을 뿐. 늦었다. 마음은 이미 교사 내지 방조는 해온 것이다. 함부로 뱉은 말들로 원치않는 관심들이 기를 펴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온 것이다.


그놈에 관심, 저렇게 필요한 사람에게 가면 아무 문제가 안될텐데. 부럽고 고마운 거라잖아. 그저 남자가 관심가져주는 게. 그게 왜인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는데. 그렇다는군.


여자 스스로 이런 말들을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여자는 간택되는 존재이고 간택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여자들이다. 그러면서 나이든 여성들의 여성성을 비웃는 것도, 바로 다름아닌 여자들이다.


운동하고 공부하는데 남자의 관심이 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 특히 운동하고 공부하는데서 한 눈 파는 남자라면 더더욱, 그런 남자의 관심이 왜 고맙다는 것인지.


심각한 말은 그만두고라도. 누군가 낯선 이의 추근거림이 불편하다는 하소연에 관심가져줄 때 고마운 줄 알라니, 이런 말은 결투신청으로 받아들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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