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여대생 또는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였던 저자에 대해 언제부턴가 누군가는 몹쓸 사람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나, 뭐 탈세라도 했나 찾아봤더니 내가 찾은 정보들은 거짓말, 오지여행의 현실을 미화시켜 여대생들에게 헛바람을 주입시켰다는 죄목이었다. 거짓말에 실망할 수는 있다. 그런데 오지여행이나 구호활동을 미화시켰다는 죄목은 황당하다. 위험 1도 없으니 너도 가라고 부추겼나?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젊다+여성'의 조합은 스스로 정보를 찾고 판단을 할 만한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인가? 여대생들에게 헛바람 주입시켜 사지로 내몰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누구를 저격하는 건가? 저자를 저격하는 걸까, 아니면 젊은 여성을 돌려까는걸가?
누구나 그렇듯, 저자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이 사람 덕분에 여자도 혼자 배낭을 메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바람이 불었다면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이 많은 영향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거기서 마주친 한국 아저씨한테 혼났다. 어디 여자가 혼자 외국에 돌아 다니냐고. 2년 전에 스페인에서 젤라또 먹으러 들어간 가게에서 마주친 한국인 부부는 나를 보고 우리딸이면 허락 안해줬을 거라 하셨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도 허락은 안해주신다 하셨다. 낯선 곳은 예기치 못한 위험들이 많다. 그것은 남성에게도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위험할 요소가 더 많다고 반박한다면 여성이 위험할 짓을 덜하는 편이라는 것. 나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 너무나 행복하지만 이대로 못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는 둔다. 그런데 왜 비행기를 타냐고? 무사히 사는 것만이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니라고, 늘 그렇게 생각한다. 부모님은 기겁하실 말이지만. 무사히 사는 게 목표라면 혼자 여행 안가면 된다. 혼자 여행가면서 무사할 줄 알았다고 말하면 안되지. 물론 최대한 조심은 하겠지만. 어차피 내 일상도 백퍼센트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아무튼 누가 뭐라든 나는 이사람 책이 좋다. 이 정도 흠은 책을 덮을 정도의 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친일파가 쓴 책도 교과서에서 배우는데.
그리고 여성들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딸래미들은 원래 수학을 못한다고 말하는 딸 가진 엄마들보다는, 저자가 이 땅의 딸래미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배낭 앞에서 고민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도 저자의 새책 덕분에 현실에서 벗어나 숨쉴 수 있었다. 부동산 자랑, 현금 자랑 듣다 끝나는 현실 사회. 그래서 사는게 뭔가, 인생이 뭔가 유독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진부하고 뻔한 세상에서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것이 독서의 힘인지, 저자의 필력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