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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 Oct 21. 2019

유난히 구름 한 조각

에쿠니가오리의 <차가운 밤에>를 읽고 쓴 모방작

쾌청한 하늘을 본 것이 아주 오랜만이다. 미세먼지가 가져다 준 감사한 마음은 오늘 따라 깊어졌다.


"오늘 날씨 너무 좋다 자기야"

운전대를 잡은 남자친구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내가 날씨 요정이잖아. 내가 놀러갈 땐 화창하다니까"


긴 터널을 지나 강원도로 향하는 도로는 한적했다.

"자기야 차가 하나도 없다 진짜 속이 다 시원해"

차에 탈 때부터 흘러나오던 팝송에 귀가 멍멍해진 나는 남자친구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소리좀 낮춰줘"

"날씨가 좋다고?"

동그란 볼륨버튼을 왼쪽으로 돌리자 음악소리가 잦아들었다.

"음악좀 줄여달라고 말했었어"

남자친구는 자신의 자랑거리인 BMW의 속도를 올렸다.


"자기야 근데 저기 하늘에 하얀건 뭐지?"

아까부터 하늘 위를 떠다니는 하얀 물체를 손으로 가리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구름이지"

남자친구는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얼굴로 짐짓 대답했다.

"구름이라고? 자세히봐바. 그러기엔 너무 단단한 모양이잖아"

"내가 맞아"

차 안은 알 수 없는 의미의 노래만 가득 채워졌다.


600마지기에 다다르자 커다란 풍력발전소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하얗고 거대한 날개가 머리 위를 지날때 마다 거대한 비명을 지르며 지나갔다.

"이야 깔리면 죽겠는데?"하고 감탄 내뱉었다.


밝았던 하늘에 그늘이 지면서 거대한 굉음이 터졌다. 갑작스런 울림에 몸을 떨며 근원지를 쳐다봤다.

커다란 구름 한 조각이 풍력발전기 날개를 정통으로 들이받았다. 아까 그 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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