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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 Nov 26. 2019

초대장

나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밝고 넓은 거실. 11시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나는 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의자에 앉아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손님들도 오랜만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근황을 나눈다.

마당에는 출장 부페가 도착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자 나를 기점으로 반원을 그리며 앉는다. >


여러분 저의 초대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이 모임이 불편하실지도 모를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도 전합니다. 오랫동안 이런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던 저의 욕심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초대한 것은 살아서 당신들과 감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죽어서 여러분들을 초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 여러분. 

부족했던 저를 보듬어 주시고 행복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더욱 많이 표현했어야 했는데. 

저의 쑥쓰러움을 핑계삼아 그 말을 미뤄뒀던 것이 아쉽습니다.


저는 머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납니다. 제가 죽으면 여러분께 편지 한 통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별도의 장례식은 없을 것이며 화장 후 나무의 거름이 돼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제 육신이 없어져도 당신들의 기억에 남을테니 슬프지 않습니다.

저의 마지막 시간에 여러분들이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남은 이야기는 밥을 먹으면서 오랫동안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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