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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Jun 21. 2022

불편한 마음은 불편한 몸으로,,?

20220621


아직도 전혀 친하지 않은 회사 동료 Y 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면, 그것은 높은 확률로 내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관한 질문을 할 때일 것이다. 통성명도 서로 하지 않은 그가 나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것은 회사 팀 사람들과 함께 회사 건물 앞에 커피를 마시러 갈 때 내가 들고나간 텀블러였다.

"오~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 들고 다니시는구나."

내가 왜 이 텀블러를 사게 되었는지, 그 이전에 내가 무얼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이걸 왜 회사에서 사용하게 되었는지, 이것을 굳이 커피 마시러 갈 때 혼자서 꾸역꾸역 왜 들고 나오는지 그 짧은 순간에 설명하는 것은 없더 흥도 떨어져 버릴 것 같아서 그냥 "아, 네 ~ 그렇죠."라고 감정 없는 사람처럼 둘러댔지만 (들어간 지 일주일 차라서 어색하고 쑥스러워서,,ㅎ), 다른 열 명 남짓의 팀 사람들의 마치 '저 사람 참 유난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대신 어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독일에서  한국에 귀국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환경을 대하는 전체적인 태도였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플라스틱, 비닐, 테이프 등등-  끊임없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그렇게 사용되고 곧바로 버려지기 위해 태어났으니 탄생의 목적에 충실하다는 듯이 버려지는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환경에 진심인 독일에서는 이제  이상 플라스틱을 쉽게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대부분 종이로 대체되었다. 온라인 택배 물품 박스에 붙은 테이프까지 종이 재질로 모두 바뀌었고, 택배 상자는 테이프 없이 조립하는 식으로 대체되었다. 배달 음식 또한 모두 종이 재질 박스에 포장된다.  번은 귀국 짐을   비닐 쇼핑백이 필요했는데, 독일에서 쇼핑하면서 비닐봉지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가진 비닐백이 하나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고 아쉬운 대로 결국 종이백에 포장했을 정도였다. (문득 비닐백 없어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내가 조금 불편했다.) 그런 모습은 당연한 일상이 되어었고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어느 정도는 들었기 때문에 나는 한국도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컸다. 가장  것은, 여전히 길거리에 셋에 하나는  손에 플라스틱에 컵에 커피나 음료를 들고 다니는것이었다. (독일에서 길에서 뭔가를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전투 가방 같은 커다란 백팩에 물이나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짧게는 5, 길어봤자 30 남짓 안되게 끝나는 음료를 위해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배달 음식도 마찬가지. 길어봤자  시간 남짓 되는 음식을 위해 사용하고 곧바로 버려지는 쓰레기. 심각한 환경호르몬 섭취는 것은 덤이다. 어느 한쪽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여보겠다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가볍게 묵살시키는  아이러니는 마음 한켠을 불편하게   그대로 았다. (나는 환경주의자, 환경운동가가 전혀 아니다. 그냥 쓰레기를 가능하면 안 만들고 싶어 할 뿐이다.)


텀블러 왜 샀지?

 올해 3 입사 , 회사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다. 보통 커피는 매일 마시며, 보통 회사에는 커피머신이 비치되어있고, 개인 컵은 하나씩은 자리에 있을 테니까. 앞의  개는 정확히 맞았다. 모두가 하루   이상의 커피를 매일 마셨고 사내 커피 머신도 있었다. 각자가 사용하는 개인 컵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거짓말  보태고  명이 넘는 우리 팀에서는  적이 없다. 대개는 하루에 두세 번 마시는 커피를 회사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종이컵, 플라스틱 컵에 먹는 것이다. 그렇게 액체 한번 닿았을 뿐인데 오분만에 버려진 컵들은 수천, 수만 명에게로부터 수집되어 쓰레기통 앞에 산을 만들고 바다를 만든다.  모습은 비단 내가 속한 회사뿐만이 아니다. 당장 근처 공원에만 가도 플라스틱 , 종이컵, 플라스틱 용기로 가득  쓰레기통의 모습은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진부할 정도다.

 사실  먹어도 크게 문제   없는 테이크아웃 커피다. 회사에 비치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데일리 커피를 해결하는 나는 회사  카페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같이 가거나 하는 상황에  빠지는   쉽지 않기 때문에.. 자꾸 가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니까 테이크아웃 커피는, 커피 자체보다는 기분 내기 위해서 먹는 어떤 '상징'이라는 것이다. 딱히 목이 마르지는 않지만 다들 가니까 분위기에 휩쓸려서 가는 '사회생활' 수도 있고, 그저 그렇게 머리 식힐  밖에 나가서 커피라도 사 와야 합리적인 '쉬는 시간'이 마련되는 용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카페 커피를 마시는 것은 요즘 세상에는 불가피하거나 이미 고착화가 되어있다. 나도 결코 피해   없는 그런 사회적 '문화'. 며칠간 무방비상태로 밖에 나갔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카페에 가서 종이와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마시고 바로 버리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바로 텀블러를 샀고 쓰기 시작했다. 마음이 불편해서. 동조하고 싶지 않아서. 환경을 위한다는 그런 고상한 소명의식 같은  없다. 그냥 쓰레기를 가능하면  만들고 싶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삶은 참 불편하다. 불시에 있는 테이크아웃 카페 탐방에 대비하여 늘 무거운 텀블러를 양손 무겁게 들고 다니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까, 마음이 불편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몸이 불편하는 수밖에 없다.

 

'불편함을 감수할 것이냐'의 매우 어려운 문제

 그런 삶은 매우 불편하다. 아주 비효율적이다. 이런 걸 다 신경 쓰며 이렇게 살다가는 정신이 먼저 피폐해져 버릴지도 모른다. 환경을 걱정하기에 우리의 현실은 너무 바쁘다. 빨리빨리, 야근 등 모두가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한국 사회 문화 특성상, 시간과 에너지를 거하게 요하는 이러한 불편한 삶-환경을 위하여 쓰레기를 줄이는 삶- 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건 아주 어려운 문제다. 어쩌면 수많은 쓰레기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손쉽고' '편리한' '기분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양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단순히 독일과 비교를 하기도 어려운 것이, 독일이 환경에 진심인 문화를 정착할 수 있는 배경에는 빨리빨리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문화, 노동 문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은 마음이 불편한 것이 더 크기 때문에 당장은 몸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지만, 일이 많아지고 지금보다 더욱 바빠진다면 나도 언젠가는 변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습관이 되어서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욱 불편한 상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매일 수고가 많으십니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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