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추석은 송편을 빚듯이 독일의 명절은 케이크를 굽는다.
어제까지 부활절 휴일이었다. 독일의 부활절 휴일은 항상 주말과 연결되어 있다. 정식으로 기리는 공휴일은 '성 금요일', '부활절 일요일', '부활절 월요일'이기 때문에 어느 해이던 금, 토, 일, 월이 휴일이다. 하지만 매년 날짜는 바뀐다. 처음 유럽에 왔을 때 매번 휴일이 바뀌는 것이 이해가 안돼서 찾아보았다. 종교가 없는 나는 부활절은 이름만 들어본 낯선 날이었는데 지금은 그날을 크리스마스만큼 큰 명절로 여기는 곳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경에 관심이 갔다. 찾아보니, 춘분을 기준으로(유럽에도 춘분의 개념과 날짜는 있다), 그 후 첫 번째 보름달의 다음의 일요일을 '부활절 일요일'로 기린다고 한다. 달을 기준으로 세는 음력의 개념은 한국만 있는 줄 알았는데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럽도 그렇다니 세상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다.
가톨릭 국가가 많은 유럽의 공휴일은 대부분 종교와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부활절의 40일 후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승천일(Christi Himmelfahrt)'이 휴일이고, 그 이후 10일 뒤에는 예수의 제자들에게 성령이 내려와 교회가 시작된 날을 뜻하는 '성령강림절(Pfingstmontag)'이다. 배경 지식을 듣고 보면 신화같기도 하고 매우 성스러운 날이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그날 성당이나 교회에 가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은 없다. 아마도 개천절과 같은 마음일까나. 개천절도 유럽 친구들에게 소개하자면 매우 드라마틱하다. 하늘이 열리고 나라가 세워졌다니!
올해는 연휴 기간과 겹쳐 조금 특별한 프로그램을 다녀온 터라 부활절의 명절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휴마지막날 집에 돌아오니 집 앞 현관에는 역시나 이웃들의 선물이 놓여있었다. 토끼모양의 초콜릿과 계란 모양의 초콜릿이 담긴 바구니와 짤막한 메시지가 담긴 카드가 며칠을 비어있는 집 문 앞에 서있었을까. 몇 년 동안 먼저 선물을 한 적이 없다. 늘 이웃에게 받고 그제야 부랴부랴 보답할 선물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보답조차 못했다. 이미 부활절이 다 끝난 막바지에 보답의 초콜릿을 건네자니 민망함이 커서 차라리 안 하기로. 돌아오는 크리스마스는 내가 먼저 하리라 또다시 다짐만 한다.
한국의 추석은 송편을 빚듯이 독일의 명절은 케이크를 굽는다. 단, 정해진 케이크는 없고 집집마다 각각의 관습을 담는 케이크가 등장한다. 우리 엄마는 햇살이 나오는 가을에는 묵은쌀을 정리하며 떡을 하셨다. 그 떡을 냉동실에 보관하며 이모들이 오시고 친구분들이 오시면 나눠드셨다. 독일 어머니들이 나눠 주시는 케이크를 먹을 때면 늘 엄마의 떡이 생각나곤 한다.
연휴의 마지막 날, 부활절 월요일 오후 내가 등록한 조정클럽에 배를 타러 나갔다. 나를 포함해 총 5명이 한 배를 타기로 약속했는데 나머지 4분 모두 60대의 독일 어머니들이셨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마찬가지로 어머니들은 명절연휴의 모임에는 빈손으로 나오시지 않는다. 한분은 당근 케이크를 다른 한분은 마블 케이크를 예쁘게 썰어 도시락 박스에 넣어오셨다. 이런 케이크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당연히 집에서 좋은 재료로 수십 년 동안 쌓인 경력으로 만드신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없는 살가움을 내어 한 조각은 그 자리에서 먹고 한 조각은 종이 냅킨에 얹어 집까지 싸왔다. 부활절이 지났으니 이제 진짜 봄이다. 더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