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일상 이야기
아침부터 엄마가 전화를 했다.
-니 마이 바쁘나? 엄마가 계란 프라이를 해 먹고 싶은데 식용유가 없네! 1층 슈퍼 갈라 캐도 어지러워가 넘어질까 봐 못 내려간다. 네가 한 병 사다 주면 안 되나?
-어! 알았어.
엄마는 딸이 만능인줄 아신다.
세탁기가 고장 나도, TV 리모컨이 안 먹혀도, 심지어 오늘처럼 식용유 한 병을 사달라는 전화도 딸에게 하신다. 예전 이런 전화를 받으면 짜증이 올라왔다. “ 아니 바빠 죽겠는 사람한테 전화를 하면 어쩌라는 거야? 내가 삼성이야? LG냐고?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한테 전화를 할 게 아니라 AS센터에다 해야지!!”불만 가득 빽~ 소리를 치며 버릇없게 전화를 끊고는 했다.
아침 엄마의 전화 한 통에 나를 본다.
예전과 달라진 나.
-엄마의 계란 프라이가 마지막 식사이면 어쩌려고…
찬장을 뒤적이며 식용유 하나를 챙긴다.
계란 프라이로 홀로 아침을 드실 엄마의 밥상 앞에 잠시 앉아 있다 와야겠다.
손가락 끝 작은 티끌에도 까탈을 떠는 인간의 몸을 갖고 태어나 아쉬운 소리, 불편함도 남에게 보이기 싫은 엄마가 유일하게 앓는 소리를 편히 낼 수 있는 자식이 이 딸이어서 얼마나 좋은가?
엄마가 불편함이 없는 게 결국 내 맘이 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말 한마디, 전화 한번 시원하게 받아주는 것은 나 좋자고 하게 된다. 주변이 편해야 내 목으로 넘어가는 숟갈질 하나라도 편하고 개운하니 말이다. 누군가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결국 나를 편하게 하는 일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