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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Oct 14. 2016

카카오 서버에 저장한 카톡은 감청 증거물이 아니다

감청 못해서 저장한 내용을 전달

감청 허가서를 따르지 않았으므로 증거 안 됨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탔다기에 기념으로 신문을 샀다. 밥 딜런 소식을 1면에 실은 신문은 경향과 조선이었다. 현금이 1천3백 원 있는데 신문은 한 부에 8백 원. 오랜만에 읽어보자며 경향을 들었다.


신문을 산 목적은 1면과 2,3면을 읽고 달성했다. 흠, 특별히 마음이 갔던 가수가 아니어서인지 무덤덤했다. 그렇다고 신문을 바로 덮을 수 없기에 쭉 넘기는데 발견한 카카오 기사. 종합 면에 '편법적 SNS 압수수색'이라는 기기묘묘한 제목이 달린 큼직한 기사였다.


(편법적이 뒤이어 오는 SNS를 꾸미는 격이 되니 '편법적 SNS'를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뜻이 되는 이상한 표현)



기사는 검찰이 이적단체라며 코리아연대라는 곳을 기소한 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다뤘다. 결론은 이 단체는 이적단체가 맞으므로 유죄였다. 이 재판에서 카카오는 증거 확보를 위한 감청 방법 때문에 언급됐다.



검찰은 법원에서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받았다. 이 허가서의 사본을 카카오에 전달하며 수사대상의 카카오톡을 감청해달라고 했다.


감청은,


1.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 또는 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과 문언, 부호, 영상을 청취 또는 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


인데 대법원은 법률 조항의 자구를 해석하며 감청의 정의를 세부적으로 내렸다.


2. 대법원 판결문

'전기통신'이라 함은 전기통신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전기통신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통신의 송수신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라는 게 대법원 해석이다. 수신이 이미 완료된 전기통신에 관하여 기록이나 내용을 열어보는 건 해당사항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카카오가 검찰 요구를 받고 제출한 내용은 대법원이 말한 감청에 들어맞지 않는다. 카카오는 검찰이 수사대상의 카카오톡을 실시간으로 들여볼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내놓은 게 대화 내용을 저장했다가 3~7일마다 뽑아서 제출했다. 카카오는 이일을 정기적으로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를 실시간으로 감청할 장비가 없었으나 모든 가입자의 카카오톡 내용 전부를 저장하고 이를 3~7일이 지나면 지웠다. 그래서 위 방법을 썼다. 검찰은 이렇게 수집한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코리아연대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할 증거를 찾아 제출했다.


법원은 카카오가 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은 적법한 증거가 아니라고 봤다. 검찰이 카카오에 요구한 건 감청이었고, 감청이라 함은 실시간으로 들여보는 것인데 카카오가 낸 카카오톡 메시지는 실시간이 아닌 기록이다. 또, 검찰이 카카오에 수사대상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법원에서 받은 통신제한조치허가서라는 법적 근거가 있어서 가능한 건데, 카카오가 검찰에 제공한 카카오톡 대화는 이 허가서에 적힌 내용과 범위, 집행방법에 맞지 않았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통신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려면, 법적 절차를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기본 원칙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넘어가선 안 되는 것.


결국, 대법원은 검찰이 증거로 낸 카카오톡 대화는 코리아연대의 유죄를 인정할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 대신 다른 증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판결문에서 눈에 들어온 대목. 검찰이 카카오톡을 감청하고 싶다면, (카카오는 감청 장비가 없으므로) 필요한 장비를 제공했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문에서 이렇게 설명하니, 검찰이 카카오를 위해 감청 장비를 쇼핑하지는 않을런지.




같이 읽어요, 대법원 판결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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