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은 자신을 채우는 것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방식이라는 게 있을까?
조금은 이상적이라도,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사랑의 방식을 가장 납득할 수 있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프롬에 따르면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방식은 사랑하는 대상이 자기 자신으로 자유롭게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아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그가 어떠한지 깊이 있게 이해해보고, 그의 건강이나 생명을 살피고 보호하며, 그의 가장 반짝이는 부분을 알고 존경하고, 또 때로는 그가 관계에서 무엇인가를 바란다면 이에 대한 반응을 책임감 있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만을 그렇게 대해준다면, 어디에서 그렇게 행동할 힘이 솟아날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자기 자신 안에 사랑이 채워져 있는 사람일 테다. 프롬은 만일 어떤 이가 오직 다른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는 전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결국 시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자기 자신 먼저 자유롭게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아있도록,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고 보호하며 자기 자신을 존경하고 스스로의 요구에 책임 있게 반응해 줄 때 우리는 마음속이 따스히 채워짐을 느낀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 곁에는 온전한 사랑의 방식을 행하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아낀다. 스스로의 요구를 잘 알고 채우려고 노력한다. 음식, 운동부터 시간이나 자신의 미래까지.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등 취향도 잘 알아주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아끼는 만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아낀다.
프롬은 이기심과 자기애는 동일한 것이기는커녕 정반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기심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타인을 사랑할 줄 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비 이기심' 또한 타인을 진정으로 채워줄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는 자에게 받는 사랑은 따스하고 충만하다.
내가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할 때, 그리하여 타인 또한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했을 때 그 친구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의 사랑을 내게 부어주었다. 오랜 기간 그들에게 그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했음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나를 이해하고 존경하고 보호해주었다. 그 사랑의 방식은 내게 안정감과 자기 존중감을 키워주었고,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었다.
스스로를 채우는 방법을 안다면, 타인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고 줄 수 있게 된다. 그들이 반응하지 않거나 함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크게 실망하지 않고 그들의 자유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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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이 사랑의 기술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바로 나를 채우지 못해 타인을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할 때다. 그럴 때에는 내가 준 사랑이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그 사랑이 돌아오지 않을 때면 실망하곤 한다.
그럴 때면 다시금 내가 받은 사랑을 기억해낸다. 사랑을 진정으로 알려주는 방법은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온전하게 받았던 사랑을 통해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온전한 사랑을 상대에게 줄 때, 그것을 상대가 알아채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그럴 수 있을 때 그는 언젠가 진실한 사랑을 이해하고 또 타인에게 그 사랑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외롭다고 느껴질 때에는 자기 자신의 행복에, 자유에, 성장과 건강에 먼저 관심을 충분히 갖자. 스스로를 충분히 아껴주자. 건강하고 맛있는 것을 먹여주고 먼저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삶을 채우자. 그렇게 하면 온전한 사랑을 순수하게 먼저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면,
그대는 그들을 한 인간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사람도 사랑하는
위대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