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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Mar 17. 2024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에 관하여

매일 글쓰기 001

글쓰기를 놓은 지 수개월이 되었다. 이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해결해보려고 한다. 몇 가지 단계를 밟아보자. 문제해결의 시작점은 문제의 인식, 그리고 정의이다. 문제가 없다고 느껴지면 해결할 필요도 없으니까, 당연한 말이니 넘어가고. 그다음,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 


문제를 나누면 현재 상태와 바람직한 상태로 나누어질 것이다. 어떤 기댓값이 있고 그것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재 상태가 있고 그것을 문제라고 해보자. 그럼 제일 먼저, 바람직한 상태가 있는가가 정의되어야 한다. 무엇이 바람직한 상태이고 왜 그런가?


글을 매일 쓰고, 그를 통해서 기록된 삶을 반추하며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태이다. 그 이유는, 생각이야 말로 삶의 원천이고, 앞으로 수많은 과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존재로의 사람, 호모 사피엔스이지 않을까. 꼭 그렇게 거창하진 않더라도, 기록함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건 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지금, 생각을 정리하여 노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넘치는 정보 속에 휩쓸리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또, 내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거기에 편협함을 얹으면 안 되겠지, 따라서 더 잘 쓰고, 많이 보여서 남의 반응을 받음으로 발전하는 도구로 글쓰기는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쓰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한가? 글쓰기를 놓은 지, 다시 수개월째이다. 왜 그런가?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 없지는 않은데, 그게 후순위로 밀려 있다. 왜 후순위로 밀려 있는가? 일단은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일과 삶의 문제를 조율하기 위한 가정의 일들이 있고. 그 일들을 해결하고 나면 집중을 할 여력이 사라진다. 시간이 없지는 않다, 글을 쓰는 행위가 수십 분 이내에서 끝나는데 그걸 할 시간이 없진 않다. 다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게 문제이지.


문제의 원인을 더 파보자. 왜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위에 언급한 것들이 힌트가 될 것이다. 글을 쓸 마음의 힘이 부족하다. 두 가지로 쪼개보면, 정말 심적인 여유가 없는 것과 체력이 없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두 가지가 분리되어서 다룰 수 있는 것인지는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심적인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체력과, 그 체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크기와 수량에서 오지 않을까? 고민이 힘이 드는 일이라고 한다면, 고민할 문제가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감내할 체력이 없다는 문제로 이어지겠지, 따라서 지금 내가 무언가 넘쳐나는 걸 상대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자.


꼭 그럴까? 딱히 아닌 지점이 있다. 미리 고민해서 해결될 게 있고, 어차피 기다려야만 해결되는 문제도 있고.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끌어안고 있으니, 힘에 부쳐 무언갈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게 아닐까? 특히, 수많은 문제로 인해 맥락이 수 번, 수십 번 바뀌게 되는 업무 환경이 원인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글을 여럿 읽었는데, 따라서 내 시간을 내가 컨트롤하고 바꿔나갈 순 없을까? 회의 참석에 대해서 아니요,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권한 위임을 하고 그들에게 믿음을 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까? 타임 블록킹, 데이 테밍과 같은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순 없나?


다른 한 편으로는, 체력이 꽤나 떨어진 것도 사실이긴 하다. 원인이야, 수면 부족, 고민이 많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있겠지. 운동을 왜 하지 않느냐 하면, 다시 여력이 없다는 핑계로 돌아간다. 막상 움직이면 하긴 하는데, 안 하고 있는 것. 따라서 악순환이 여기서 시작되는 지점도 있다. 생각이 많아지니까, 고민이 깊어지고, 여력이 사라지니 운동도 하지 않고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역량도 줄어들고 있다.


문제로 돌아가자. 나는 성장하기 위해, 글을 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 쓰고 있고, 그 원인은 체력과, 고민의 가짓수라고 진단했다. 이게 정답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가설이 맞다고 생각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가야지. 우선은 체력이다. 체력이 낮다는 문제로 가보자.


체력이 무한할 순 없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큼의 체력은 늘 필요하고. 팀원들에게 잔소리하는 것처럼, 40대로 넘어가면 체력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인데, 지금 나는 그 체력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 소모하고만 있을 뿐. 그럼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운동을 하는 게 정답. 그런데 무슨 운동을 할 것이냐? 혹은 왜 운동하지 않느냐로 넘어가 보면, 운동이 지겹고 재미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운동하진 않겠지. 일단은 이동할 일이 있을 때 가능한 걷는다와 같은 원칙으로 최소한의 움직임 - 예컨대 계단으로 올라온다 - 을 가져가곤 있지만 불충분하다.


운동이 재미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제일 많이 생각나는 건, 같이 갈 친구가 있는 것. 그런데 삶의 패턴이 딱히 일정하지 않으니 이게 잘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럼 다음으로는 내가 좋아할 법한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운동을 좋아했는가? 반복적인 움직임이 중요하긴 한데, 이걸 잘하진 않았던 것 같다. 보다 리드미컬한 것이 좋았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군가와의 핑퐁, 그러니까 주고받음이 있는 운동은, 체력과 운동신경이 낮은 입장에서 늘 그렇게 즐거웠던 적이 많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요약하면 혼자서, 비교적 덜 지루하게 반복이 적은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체력은 근력이고 가장 체계적으로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웨이트 트레이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부분도 해결하긴 해야 할 것이고. 재미를 잡기 위해서는 게이미피케이션과 같은 방법을 만들어서 진행해야 할 듯하다. 팔 굽혀 펴기, 턱걸이 그리고 스쾃을 맨몸으로 시작하여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고. 점진적으로 개수를 늘려나가는 플랜을 두고. 이 안에서 스스로 하루를 완수하는 즐거움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유산소도 필요하니까. 다시 복싱을 시작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다 보면 시작을 못하게 되는 게 있었는데. 3월 말에는 그냥 일단 등록하고 다니도록 해야지,라는 생각이 커졌다. 사실 회사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다닐만한 곳이 있는데 가지 않는 게 참 바보 같은 짓인데도. 계속 이러고 있었던 게 문제는 문제다.


그럼 요약, 체력이 문제의 원인 중 주요한 요소이니까, 스쾃, 팔 굽혀 펴기 그리고 턱걸이 루틴을 다시 시작하자. 대신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달성했을 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가져가야지. 어떻게 할지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고민해 보자. 복싱은 당장 지금 상담부터 가보는 걸로 해야지. 가격과 여러 가지 문제들은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우선은 시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체력을 증진하면,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우선 여기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가되, 생각의 가짓수를 줄이기 위해서 일상을 관리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고민도 해야겠지. 이건 그다음으로 가져가고, 덧붙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글 쓰게 하기 위해서 다른 방안이 없을지도 고민해 보자. 사실, 가볍게 글 쓴다고 하면, 언급한 근본 원인 보다 다른 자잘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시간은 확보할 수 있는데, 써야지!라고 압박하는 사람 혹은 장치가 좀 부족한 건 사실. 기존에는 매일 아침에 글 쓰세요! 알림이 왔는데 어느샌가 꺼져있는 것은 맞다. 이를 고치는 게 첫 째. 둘 째는 글 쓰는 환경, 키보드도 약간 마음에 안 들기는 하는데... 그것보다는 집에서 놓고 보면 타이핑 환경이 좋지 못한 것도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아침이고 - 사무실에 올 수 있으니까.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며 글을 쓰는 루틴을 다시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다고 짜잔! 하고 문제가 멋지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하나씩 시도해 볼 순 있겠지. 우선은 오늘 생각한 것을 조금씩 해보면서 내일 또 고쳐나가야겠다.


 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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