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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Mar 22. 2024

팀에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하여

매일 글쓰기 005

함께 문제를 푸는 팀에게 안전함은 중요하다.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의견을 내어도 된다는 것. 그것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은 더 많은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지난 수개월간 하고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같은 편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어떠한 신비한 힘일까. 어떤 고고학자가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데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가 있었다고 말한 비디오가 기억난다. 부상자, 아픈 사람을 챙겼다는 흔적이 남은 유골의 발견. 운동 능력을 꽤나 많이 잃을 정도로 다쳤으나, 그 이후로도 생존했다는 증거가 담긴 유골을 두고 한 해석으로 기억한다. 그 해석은 더 나아가서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다른 종들과의 차이였다고.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누군가 나의 뒤를 받쳐준다는 생각이 들어야, 보다 무모해지고 더 나아가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소속 집단에 기여함이 어찌 되어도 보상받을 수 있음을 통해서,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더 기여하도록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가 집단을 묶은 서사 체계가 중요했다는 서술을 한 기억이 난다. 그 서사, 이야기가 여태 남아 있는 우리의 도덕관념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을 것이고, 그게 협동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집단이고, 너를 신경을 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가지 서사들이. 


그럼 그러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신화를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환경이 척박한 곳일수록 선악, 흑백의 대립이 뚜렷한 신화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나 번개의 신이 농경의 신과 같이 대접받은 것. 후자의 경우에는 번개가 작금의 비료와 같이 공기 중의 질소를 땅에 고정한다는 사실에 기원하지 않는가 하는 추측이 설득력 있었다. 그리고 서로 연결고리가 없는 신화의 기원에 대한 탐구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건, 주변 환경에 대한 관찰과, 그 안에서의 원인과 결과를 목도했기 때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틱>이라는 책에서 오래가는 이야기들에 대한 분석을 조금씩 보았었는데. 도시 전설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생존하고 오래가는 것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그 책의 이야기가 조금은 희미해져 가는데, 조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의 실재하는 이야기라는 상상은 모두가 그것이 거기에 있다고 믿게 되는 계기와, 그 증폭이지 않았나, 어떤 식으로라도 있을 것이라는 증폭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유사한 계기가 발견이 되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순간과 덧붙여 - 나 혼자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질 때 믿음이 증폭되는 것 같은. 


생각해 보면 사이비 종교들도 비슷한 방식이 있다. 내가 무언가 힘들고, 지쳐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 새로운 진실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순간과 그것이 나 혼자의 것이 아니라는 발견을 통해 집단적인 믿음이 형성되는 것. 문제는 이 경우에는 그 믿음을 활용하여 나쁜 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그래서 이 믿음이 세뇌라고 보일 수밖에 없고. 하지만 내가 본 것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세뇌나 가스라이팅 같은 단어보다는 우리 집단의 믿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물론 도시전설이나 사이비 종교와 같은 믿음 체계는 건전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은 있지 않을까 싶다. 저러한 '말도 안 되는 것' 들에 대한 믿음도 가능한데, 우리가 함께하여 문제를 풀고 더 나아가자는 것에 믿음을 만드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 한편으로는 척박한 세상에서 진화하여 살아온 동물로 인간은 역시 위기에 더 민감하고, 불안이 증폭되는 감각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한데. 


중간 요약을 해보자면, 우리가 함께라는 분명한 증거가 원인과 결과와 함께 발견되고, 그것을 나누는 우리라는 집단을 형성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 계기, 분명한 증거는 어떻게 발현될까? 그리고 그게 전파되고 믿음으로, 신뢰라는 무기로 제련되기까지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증거가 원인과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우선해야 하겠지. 나는 이 집단에 소속되어 있고, 이들은 내 편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쉽게는 강력한 어떤 사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쳐서 걷기 힘든 구성원이 생겨도 함께 간다는 믿음을 주는 것 같은.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슬픈 일일 것이니, 강력함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여 생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사건의 기억이 아닌 반복적인 사건의 기억으로. 


우리의 사고 체계는 학습된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신호와 자극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싹틔우는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자연적으로 나와 남을 구분하여 위험을 제거하고자 하는 반응 역시도, 이 안에서는 괜찮아라는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러한 신호, 자극을 회사라는 조직에서, 팀에서는 어떻게 만들어 낼까? 스티브 잡스가 일본 공장에 방문하여 유니폼에 감명을 받았다는 썰을 들은 기억이 있었는데. 그 역시 이 신호에 계속 신경을 쓰던 사람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쉽게 접하던 날카롭게 질문하고 파고드는 스티브 잡스라는 리더 아래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뻐기는 모습이 가능했던 것도 그러한 신호들을 - 유니폼은 실패했지만 - 통해 팀 문화를 만들어 내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그럼 그러한 신호를 자주 발신하고 수신하기 위해서는 무슨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너를 존중하고, 너는 우리 집단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믿음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겠지만 같은 목표와, 같은 언어라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지 않나 싶다. 언어가 발견된 이후 언어권들 아래에서 서로가 나뉜 이래로 같은 민족이라는 믿음을 꼭 윌슨의 민족 자결주의가 아니더라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게 결국 우리는 말이 통한다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작금에 민족주의, 혹은 같은 언어권 안에서도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이 있긴 하지만 - 말이 통한다는 감정이 꼭 언어가 같다마는 아니니까. 예컨대 같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느낌, 우리가 같은 지향을 가진 존재라는 감정. 


무언가를 강하게 좋아하는 팬집단이, 서로 다른 수많은 요소들 사이에서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것은 같은 지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 지향을 만들어내는 것은 - 확실하고 반복적인 메시지이지 않을까. 이미지, 소리와 서사가 어우러져서 전달되고 그 안에서 의미는 각자 찾을 수도 있겠지만 신호를 발신한 아이돌에 대한 선호라는 경향은 공유될 수 있으니까. 물론 다시 - 그 안에서도, 아이돌 팬덤 안에서도 또한 갈등을 여럿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인데. 


또 그러한 집단이 형성된 이후, 내부의 갈등이 생길 수 있을지언정 외부의 자극 중, 우리가 공유하는 지향을 건드리는 신호에는 단결하여 저항하기도 한다. 집단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서사를 흔드는 자극에는 보통 함께,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인터넷의 시대에는 물리적으로, 언어적으로 '말이 통할 수 없는' 사람들이 뭉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다. 그러니, 같은 언어를 쓰며 (용어나 표현 모두, 그라운드룰을 따르며) 반복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다양한 형태로 - 그러나 메시지는 면하지 않는 채로 줄 수 있다면 이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메시지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연히 상대방이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 그리고 우리가 함께 어딘가로 가고 있고, 그 안에 어려움이 있다면 함께 해결할 것이라는, 네이비 씰이 Leave no man behind라고 말하는 그 정신이지 않을까.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이 네이비 씰의 사례를 언급할 땐, 취약성의 공개, 공유라는 개념도 같이 소개하였다. 책에는 다양하게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 취약성에 관한 부분. 내가 가진 게 온전하니 따라라! 내가 가장 우수한 존재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 서로에게 약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까지 공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에서도 단단해진 사람들이 좋은 팀을,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는 부분들. 여기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엉뚱한 생각이지만~'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으로 말을 시작한 사례가 나온다. 


내가 무언가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공개하면, 나의 적은 나의 약점을 파고들고,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동료라면 그 약점을 함께 해결하고, 다른 강점으로 덮어서 함께 강해질 것이다. 그런 감정이 조직으로, 집단으로 발전하여 진화를 넘어 성장한 종으로의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고, 현대에서도 그럴 수 있는 조직이 더 성공하고 살아남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팀보다 큰 선수는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이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 또 나오는데. 세상의 대다수의 일이 팀스포츠이지 개인 스포츠이진 않으니, 이 말은 어디에도 통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F1 드라이버에게도 피트크루가 필요하고, 최정상 골퍼에게도 캐디가 필요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개인 스포츠는 없다. 


일은 혼자 하는 것이지 라는 생각을 뛰어넘어서 함께 문제를 푸는 감각을 위해서 안정감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잘 구조화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 메시지에는 우리가 함께한다는 내용이, 우리는 서로 믿을 수 있다는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하고 그를 통해서 나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 약점이 나의 약점, 혹은 팀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바뀌는, 1+1 이 2가 아닌 원 페어가 될 수 있다는, 조직된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경험이 생겨나야 한다. 누군가 바쁠 때 그 일을 대신해 주고, 누군가 슬플 때 같이 위로해 주는 경험들이 쌓일 때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우선은 팀을 운영하는 사람이 메시지를 다듬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밖에서 보면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겠지. 그래서 1:1을 더 많이, 자주 하는 것이 강력한 도구로 작동할 것이고, 그래서 1:1 때 일 이야기 그 자체에 집중하지 말라는 팁이 나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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