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좋은 길 되시길 -

by 삶예글방

쓰는 대로 사는 걸까

사는 대로 쓰는 걸까



하염없이 걷던 순간들. 모든 것을 쏟아내며 걸었던 나날들. 문득 하염없이 걷고 싶은 마음이 들어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의 순간들이 펼쳐진다.



이제는 순례길 위에서의 일상이
나에게는 익숙해졌다.

걷고 - 샤워하고- 빨래하고 - 빨래 말리고 -
음식 사고 - 침낭 꺼내고 –

이런 일상이 이제는 나에게 너무 익숙하다.
사실 이런 단순한 일상과 생각 비움 때문에
순례길을 걷는 게 아닐까?

단순함.
이런 시간이, 단순함이, 사소한 행복이 감사하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자.

산티아고 순례길 일기장 Day 3


더 나의 몸에 마음에 정신에 집중을 하고,
쉬어야 할 때는 쉬어가는 것.
그렇게 나를 돌보고 나의 마음에 더 집중하는 것.
기초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

단순한 일상을 살면
단순하게 생각하게 된다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복잡할수록 되는 건 없다.

산티아고 순례길 일기장 Day 14



단순함을 노래하며 걸었던 시절의 기록들이다. 21살, 배낭 하나만 매고 떠났던 순례길. 생각을 정리하러 갔다가 오히려 생각을 비우고 오게 된 길이었다. 인생이 곧 길이고, 길이 곧 인생인 것을 배우고 온 산티아고의 시간은 아직도 나에게 선선한 바람이 되어 불어오고 있다.




Buen Camino!

좋은 길 되길!



Buen Camino! (좋은 길 되세요!)를 수 없이 외치고 다녔던 산티아고 순례길. 아직도 나의 인생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 위에도 부엔까미노! 를 외치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사람들과 *산티아고의 쎄요처럼, 우리는 산티아고를 마음속에 늘 저장해 두며 살아가지 않을까?’ 라며 했던 이야기처럼, 산티아고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산티아고 쎄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되면 산티아고 여권과도 같은 곳에 도장을 찍게 된다. 한 지역에 갈 때마다 바 (Bar) 나 알베르게 (산티아고 순례자 숙소)에서 도장을 하나씩 받으며 여정을 이어가게 된다.




글에 첨부할 사진 1.jpeg 산티아고 쎄요


‘그렇지 - 우리는 각자의 까미노(길)를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거지'

나의 까미노는 단순함과 비움이었다. 나를 찾으러 가자 - 는 야심 찬 다짐과 함께 돌아오면서 가져온 마음들은 오로지 ‘비움'이었다. 내려놓는 법, 나를 인정하는 법, 그리고 단순해지는 법을 배우며 하나둘씩 마음에 두고 있었던 짐들을 내려놓았다. 40일 동안 길 위에서 나를 만나며 만났던 마음들을 빼곡히 흰 종이 위에 적었다. 어쩌면 종이 위에 적힌 마음들이 지금까지도 나의 삶을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함을 노래했던 산티아고였기에, 자연스레 산티아고 이후의 삶은 느린 삶, 단순한 삶에 초점을 두며 살게 되었다. 천천히, 나의 속도대로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언젠간 목적지에 도착했듯이, 인생도 까미노처럼 살아가자 -라고 다짐했다. 2022년에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 까미노는 나에게 여전히 부엔 까미노! (좋은 길 되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자고, 함께 걸어가면 된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천천히 이루어 가는 삶’


2025년 새롭게 펼친 노트 위에 적힌 한 문장이다. 천천히 이루어 가는 삶 - 나의 존재를 온전히 누리며 나아가고픈 마음들을 적었다. 일 년의 절반이 지난 지금, 일기장 위에 적힌 나의 마음들을 고스란히 바라보면 ‘천천히 걸어가자'라는 다짐이 빼곡히 적혀 있다. 산티아고에서의 다짐과 마음들은 여전히 나를 토닥여주고 있었다.


쓰는 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또 한 번 천천히 살아가자는 다짐을 해본다.


주로 산티아고의 풍경들이 일상 속에 겹칠 때는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 속에서 펼쳐진다. 최근에는 의성군에 가서 산불 피해 재건 봉사 활동에 참여를 하며 산티아고의 순간들이 펼쳐졌다. 산티아고에서처럼 매일 똑같은 루틴과 남는 게 시간이었던 순간들. 순례길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은 ‘걷기‘였던 것처럼, 의성군에 와서 주어진 일은 봉사 활동 밖에 없었다. 걷고, 씻고, 먹고, 자고, 쓰고의 반복이었던 산티아고의 순례길에서처럼 의성군에 온 한 주는 그저 일하고, 씻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다.


단순함 속에서의 무료함을 누리기도 하다가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들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재난의 아픔들과 두려움들을 목격하게 된다. 화마 속에 타버린 집들과 앙상하게 타버린 나무들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했다. 어르신들께서 ‘내 새끼 같아서’ 하며 주는 자두와 수박들을 받으며, 범잡을 수 없이 펼쳐진 화마 속에서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 눈앞에서 타버린 집을 바라보며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마음들 위에 위로를 부쳐 보낸 순간들이었다.


산티아고에서 길을 걸으며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할 때, 세상 반대편에서는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모순적으로 다가왔다. 한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길 위에서 누리고 있는 평화가 지구 반대편에도 전해지길 바랐던 시간이었다. 순례길 위에서 펼쳐진 무지개를 바라보며 부디 세상이 평화로워지길, 사랑으로 가득하길 기도하는 마음을 가졌다. 산티아고에서의 무지개를 바라보며 기도했던 마음들이, 의성에서는 밝은 달빛으로 이어졌다. 밤하늘에 펼쳐진 달빛 위에 기도하는 마음을 살포시 포개었다.


자연 속에서만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이 있고, 써지는 마음들이 있다. 고요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한적한 마음들을 바라보게 된다.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의 삶 속에 다시 한번 부엔까미노를 외쳐본다.




Buen Camino!

모두의 인생의 여정이 좋은 길이 되기를 바라며 -








시원 작가소개 최종.jpg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