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것 짧은 것

by 삶예글방

자동차 운전면허.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도로 교통법에 의하여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면허」


누구나 자동차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면 해당하는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가용을 운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은 꼭 필요하다. 그런 대중교통을 운전하는 누군가 또한 있어야만 하기에 내가 이 일을 하며 살아간다. 대중교통은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지 않고 달린다. 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대형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많다고 한들 그들 모두가 버스를 운전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는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를 운전해야만 한다.


솔직히 처음부터 이런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 사이가 질리고 힘에 부치고 지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비교적 쉽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다른 사람의 일이 쉬워 보이는 건 그 사람이 그 일을 매우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10톤이 넘는 무게와 승용차 크기의 2배쯤 되는 버스를 운전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흔한 좌회전, 우회전도 승용차와는 하늘과 땅차이였다. 그리고 경력을 중요시하는 업계의 문화 덕분에 진입장벽도 높았다.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냐고 묻고 싶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경력을 쌓는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 교육과정에 비하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쉬는 시간 없이 배차시간에 쫓겨가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마을버스에서 1년을 버티거나 주말이 없는 관광버스를 운전해서 전국 팔도를 누비며 장거리를 타야만 했다. 그에 비해 6주간의 국비 교육 과정을 거치면 입사 지원 기회를 얻고 그 기회를 잡아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할 수 있던 나는 운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일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일이라는 건 틀림없었다. 우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순번의 코스대로 시간에 맞추어 안전하게 운행하고 퇴근 시간에 맞추어 퇴근하고 나면 회사가 나를 찾는 일은 없다. 상사의 업무지시로 금요일 퇴근 시간을 코앞에 두고도 퇴근하지 못하고 야근하며 주말에 출근해서 남은 업무를 해야 했다. 퇴근하고 나서도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또 다른 업무를 해야 했던 것과는 달리 주어진 운행만 하고 나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직장인에게 전해지는 명언 중에 “나도 그만두지 않지만, 저 사람도 그만두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한 공간에서 보기 싫은 사람과 계속 근무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직장 상사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존재이기도 이해가 안 되는 존재일 수도 있는 직장 상사를 이 일을 하면서는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다. 일의 특성상 남들 일할 때 쉬고 남들 쉴 때 일하는 것도 장점이었다. 병원에 가거나 관공서 업무를 보는 것도 그만큼 한가했다. 하다못해 마트에 가는 것도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었다. 평일에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은 내향적인 나로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세상 모든 일이 좋은 면만 있지는 않은 것처럼 이 일도 단점은 존재했다. 운행 시간에 쫓기다 보니 식사를 편하게 하지 못하고 급하게 먹어야 하는 것은 늘 소화제를 달고 살게 했다. 생리현상도 마찬가지였다. 출발 전에 해결하고 운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기사 중 관련 질병을 달고 사는 경우도 꽤 있다. 나는 혼자이다 보니 크게 와닿지 않지만, 가정이 있는 기사들은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 참석하기도 어려움을 겪는다. 버스는 명절이라고 해서 쉬지 않으니 명절이 가까이 오면 기사들의 쏟아지는 요청에 연휴 휴무계획을 확인하느라 배차담당자가 골머리를 앓는다. 게다가 변수가 많은 도로 위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예민해지기 일쑤다. 사고를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어도 피하지 못하거나 기사의 실수라면 벌점을 받거나 면허정지 또는 취소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이만큼 살아오면서 배운 것은 세상의 일은 다 좋을 수도 다 안 좋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그것이 바로 나의 일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라 믿으며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 하고 기왕이면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던가. 그래서 오늘도 출근한다. 오늘도 나는 운전대를 잡는다.









차반 작가소개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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