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행복이 별 건가? 찾으려고만 하니까 안 보일 뿐이지.

by 삶예글방

세종시에는 정부청사와 더불어 국책연구단지, 산학연클러스터 등 다양한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서울에서 출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은 KTX, SRT를 이용할 수 있는 오송역에서 BRT(간선급행버스)를 탈 수밖에 없다. 택시를 탈 수도 있지만 주요 목적지까지 편도 2~3만 원 정도의 요금이 부담된다. 그래서 정부청사나 국책연구단지까지 평균 20분 정도 소요되고 요금도 저렴하며 전용차로로 다니는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날은 B4 노선을 운행하던 날이었다. B4 노선은 세종시의 중심을 기준으로 동쪽을 통과하며 주요 정류장으로는 세종시청과 국책연구단지, 산학연클러스터 등이 있다. 월요일 또는 금요일에 오송역에서 서울역이나 수서역으로 가는 기차표는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급하게 구하기가 어렵다. 금요일 저녁, 반석역에서 19:03분에 출발해서 국책연구단지 정류장에 들어설 때였다. 4명의 승객이 탔고 자리에 앉는가 싶더니 젊은 승객이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기사님 죄송하지만, 앞차가 저희를 보고도 그냥 지나갔어요”


순간 마음이 덜컹, 주저앉는다. 앞차 기사가 누구더라. 4명이면 못 불 리가 없는데.. 무정차는 과태료 10만 원에 해당하는 법규위반인데 우리 회사 기사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입을 떼었다.


“죄송합니다. 앞차 기사가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것 같은데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은 없다. 난 정상적으로 정류장에 정차해서 버스에 승객을 태웠기 때문에 죄라고는 앞차 기사와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 정도다.




“기사님 저희가 19:41분 기차인데 버스에 속도제한이 걸려 있는 것도 이해하고 어려우실 수 있겠지만 19:39분까지만 오송역에 도착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일단 단말기의 시간을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본다. 금요일을 출장으로 마치고 주말에 편히 쉬고 싶을 텐데 기차를 놓쳐버리면 집에 일찍 가기는 힘들 것이다. 평소 다니던 속도라면 빠듯할 시간이었지만 일단 버스의 속도를 높였다.


아뿔싸. 버스전용차로를 같이 이용하는 우리 회사 B0번 버스가 앞을 가로막는다. 회사에서도 전용차로에서 추월은 금지하고 있지만 승객의 딱한 사정을 생각해 추월하고 사람이 지나지 않는 횡단보도에서 신호위반도 한 번 저지르며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오송역으로 가는 큰 도로에 진입했을 때 한 번 더 시간을 확인했다. 가능해 보였다. 마음속으로 기차 출발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며 달렸고 버스환승센터 앞 신호에서 뒤를 향해 외쳤다.


“기차 타실 분들은 하차 태그 미리 하시고 내릴 준비 해주세요”


일사불란하게 승객들이 움직였고 19:37분에 도착한 버스에서 승객들이 하나둘 재빠르게 내린다. 하나같이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연신 인사를 건네고 기차를 타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만난 다른 기사에게 얘기했더니 그러다 사고 나면 몽땅 뒤집어쓸 텐데 굳이 무모하게 그랬냐고 되묻는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될 일이다. 하지만 앞차가 무정차를 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기차 시간이 임박했다는 승객의 사정이 딱하기도 했고 우리 회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도 싫었다. 동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마음과 회사를 생각하는 조금의 애사심이었을까. 회사에 헌신해 봤자 헌신짝이 된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세종시에 소속된 지방공기업이다. 그만큼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친절과 책임감 있는 안전 운행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마침 식당에서 앞차를 운행한 동료기사를 만났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형님이 그럴 리가 없는 데였다. 아니나 다를까 형님께 여쭤보니 분명 본인이 국책연구단지 정류장을 지날 때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CCTV를 확인해 보면 정확히 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객을 태웠고 기차 시간에 늦지 않게 모셔다 드렸고 같이 일하는 형님의 말을 믿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모두가 행복한 결말 아닌가.








차반 작가소개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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