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글 안 쓰는 요즘...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해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되면서 나는 2개의 초등학교 문화를 경험했다.
전학 간 첫 날이 기억난다.
이사한 다음 날이었고, 내 생일이었고, 집이 정돈되지 않았고, 그래서 엄마는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줬다.
그리고 더 특별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나는 3학년 4반으로 전학 가게 됐는데
그 반 담임선생님이 내가 전 학교 다닐 때 1학년 옆반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아는 선생님!이라 신기했는데,
동시에 우리 엄마와도 "어?"
이러면서 아는 척을 해서 더 신기했다.
알고보니, 담임쌤은 우리 부모님 가게 손님이었다고 한다.
돈이 부족해서 외상을 하게 됐는데,
부모님이 너무 쿨하게~ "다음에 와서 돈 주세요"라고 하고 그냥 보냈다는 거다.
신분증을 맡긴 것도 아니고, 주소나 전화번호를 적어 둔 것도 아니고 그냥 쿨하게~.
그래서 선생님이 인상깊게 겪으신? 듯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신용카드 쓰는 게 적었고,
동네에서 간간이 친한 이웃 끼리는 외상이 허용되는 분위기긴 했다.
그래서 아무튼 처음 보는 손님인데도 관대하게 ~ 외상해주신 거 같다.
아무튼.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개의 초등학교에서 특이하게 겪은 문화다.
각 학교 마다 특색있는 1가지씩의 문화가 있었다.
우선 처음 입학했던 학교는 '장원제' 같은 문화 축제가 있었다.
말 그대로 조선시대 과거제도, 장원제를 표방한 축제인데,
장원을 차지한 친구는 암행어사 같은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 있다.
뒤에서 학생회장 역할을 하는 그런 거 같다...
나는 2학년 때 처음 장원제에 참여했는데, 3위 정도의 수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장원이 1등이고, 그 밑으로 몇 개의 이름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난다.
그게 인상 깊은 학교의 특색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학교에서 겪는 특이한 문화는,
바로 반장, 부반장이 있는데
회장, 부회장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많은 임원을 뽑는지 이해 못했다.
물론 반장과 회장은 하는 일이 엄격하게 달랐다.
회장은 말그대로 회의를 주관하는 의장의 역할을 했고
반장은 반의 장.... 말 그대로 였다.
1주일에 한 번씩 학급 회의를 열었는데,
회장은 의장을 맡고, 부회장 두명은 부의장과 서기의 역할??을 했다.
나는 몇번 임원을 해 봤는데,
부회장을 했던 기억이 많이 난다.
그때는 몰랐지만,
일을 하면서 지방자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왜 반장과 회장이 달리 존재했는지 이해됐다.
실제로 집행부에는 시장이, 의회에는 의장이 존재한다.
학교에서 이러한 역할을 담은 임원 활동을 채택해 시행한 거다.
보통 학급에는 반장만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아쉬운 점은,
그 당시에 왜 회장이 의회 의장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설명이나 배움은 전혀 없었다.
알려줬으면 더욱 유익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매주 학급 회의 하던 게 생각난다.
나는 건의도 제일 많이 하고, 부회장이라 서기 역할도 같이 했었다.
내가 손 들고 의견을 내고, 내 의견을 칠판에 적고 그랬던 게 생각난다.
지금도 반장과 회장이 고유 영역으로 다르게 존재할까?
궁금하다.
다른 학교들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학교 마다 고유의 문화나 고유의 교육 방침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초등학교 때 미친 듯이 한자 공부를 해야 했다...ㅠㅠ
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장려했다.
그땐 괴로웠지만, 커보니 많이 도움이 됐다... 지금은 쓰라고 하면 다 까먹었지만 ^^......
결론,
집행과 회의가 각자의 영역에서 별도로 존중받고 운영됐던 초등학교 시절이 인상깊고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