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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사라 Oct 12. 2023

[유언 번외] 어느덧 10년.

10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즈음, 나는 유언장을 반드시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살아있을 때 나의 삶을 정리하고, 남은 유족들이 수고를 덜하도록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을 정리하면서 유언장으로 나의 소리를 남기고, 그리고 재산 등 법적 문제 등에 대한 정돈을 해놔야 한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시기 전에 아빠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꼭 건강해져서 살아갈 거라고, 당신 입술로 말하곤 했다. 그러한 아빠 스스로 다짐을 바라보면서 나는 굉장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마음이 너무 측은하고 슬펐다. 객관적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니 얼마나 잔인한 상황인가.


그리고 한편으론, ‘나라면 죽음도 준비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죽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약해지지 않기 위해서였는지, 어쨌든 사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안 했다.


어느 순간 아빠를 아프게 하는 암은 더욱 고통을 더하고, 빠르게 외모까지 변해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였다.


실제로 의사들은 시한을 말하는 걸 조심스러워한다. 드라마처럼 ‘환자에게 얼마나 남았습니다.’라든가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 어느 날 답답한 마음에 의사들에게 시간을 재촉했다. 그때 돌아온 말은, ‘예상보다 오래 견디고 계신다’는 거였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 시기는 정말 민감했다.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은. 그러니까 죽기를 기다린다는 건, 정말. 혼란과 번민이 겹겹이 쌓이는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기다리는 건 정말. 차라리 죽은 이후라면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기다린다는 건, 정말. 얼마나 끔찍한 양가감정을 오가는지.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알 수 있게 된다.


어쨌든, 나는 아빠의 죽음으로 유언장을 쓰기로 했다. 그 결심을 10년 만에 실행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아빠가 돌아가신 지 만 10년. 너무 일찍 떠난 우리 아빠. 아직도 사랑해. 어린 시절 아빠에게 솜사탕처럼 푹신하게 받아 온 사랑의 기억으로 나는 살아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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