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설 수 없을 만큼 나약할 때, 더욱 혼자 있어라.
첫인상은 버섯과 같다. 화려하다고 해서 꼭 독버섯이 아니고, 무난하다고 해서 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독버섯을 가리기 위해서는 버섯을 구별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이 있거나, 또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위험한 방법이지만 겪어보면 내 속에 영양분이 되는지, 나를 고통에 이르게 하는지 알 수 있다.
독버섯인지, 약버섯인지 분별하는 능력이 없었을 때, A독버섯을 먹었다. A는 그다지 매력적인 외모도 특별한 점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나이에 비해 순수하고 착해 보였다. A를 만날 즈음 다른 독버섯을 독인 줄 알면서도 삼켜버린 탓에 난 만신창이였다. 단순히 내가 만신창이였기 때문에 만났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흥미로운 점은 있었다. 그는 살인과 시체유기 혐의로 복역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됐었다. 그래서 순수한 면이 있다고 느꼈나 보다. 오래 세상과 격리돼 지내며 멈춰있는 시간을 간직한 것을 순수하다고 잘못 해석한 거다.
살인자인 게 흥미로운 건 아니었다. 전문 킬러도 아닌데 재밌을 것도 없었다. 근데 감옥에 갇혀있던 경험이 흥미로웠다. 모든 사람이 살인한다고 해서 재판받거나, 교도소 복역을 하진 않는다. 그리고 10년 이상 복역한 경우를 만나는 건 일반적으로 희귀하다. 살인자라는 오명에 분노는 잠시였다. 그보다 흥미를 채우러 A를 계속 만났다.
어느 날 아빠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며칠 지났을 거다. A와 닭갈비와 볶음밥을 먹었다. 철판에 눌어 붙은 볶음밥을 숟가락으로 긁어대는 소리가 너무 거슬렸다. 그래서 A에게 그러지 말라는 지적을 했는데, 신경질적으로 느꼈나 보다. A는 오만상을 쓰더니 엄청 화난체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내심 기분 풀고 자연스레 넘어가길 바랐는데, 그냥 가버렸다. 전화하면 여러 차례 계속 끊더니 나중에 통화로 온갖 짜증을 내고 화가 난 자신을 변호하더라.
얼굴 보며 차분히 대화하면서 진정하고 분위기를 바꿀 요령으로 집으로 찾아갔다. 대화가 안 됐다. ‘사람 많은 식당에서 자신을 창피하게 하고, 신경질적으로 별거 아닌 일로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하고 모멸감을 느낀 사람처럼 입장을 변호했다. 자신의 분노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 그리고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히스테리를 부린 것이 됐다.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었다. 쓰레기 따위에 흥미를 느낀 내가 병신이었다. 자기밖에 모른 채, 온갖 성질을 부려대는 쓰레기였다.
나는 “아빠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다. 슬픔인지 어떤 감정인지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절망적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예민하고, 이상한 상태다. 내가 요즘 어떻게 이상한지 설명도 못 하겠고, 아빠가 죽은 것도 이상할 뿐이다. 나는 매일 피를 쏟고, 밥도 못 먹어 위에 호스를 껴서 영양분을 삽입해야 하며 간신히 하루를 사는 아빠를 보다가 이제 그마저도 못 보게 됐다. 내가 신경질을 부렸다 해도,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 해도 내가 그만큼 예민하다고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근데 내가 신경이 곤두섰는지 인지할 수도 없고, 시비라는 유치한 발상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나는 내가 예민한 게 이해되고, 누구든 이해할 거라 확신한다. 근데 넌 왜 예민하냐? 비단, 네가 생리라도 해서 예민하다면 내가 백 번 잘못했다고 말하겠다. 넌 대체 뭐가 문제냐? 누가 죽었냐. 누가 아프냐. 대체 네가 왜 예민한 거냐. 나를 앞에 두고 네가 감히 어디서 예민하게 오두방정 떠느냐. 네가 인간이냐? 네가 사람 새끼냐?”고 말했다. 아니 악을 쓰며 소리쳤다.
우발적인 살인이어서 악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쓸데없는 놈이었다. 쓰레기통에 버릴 수밖에 없는 쓸데없는 놈이었다. 쓸데없는 놈이니 사람을 죽여 놓고 사체를 수습하려는 멍청한 짓을 저지른 거 아닌가. 그래놓고 감옥에서 해방됐다고 내 앞에서 나를 죄인취급 하려 했다.
나이는 먹고, 세월을 피해 시간이 흐른 자에게 인지상정과 기본적인 소양, 예의 따위를 바랐다는 게 얼마나 병신 같은 짓인가. 난 진짜 심각한 독버섯을 먹은 게다.
지식이 없어서, 경험이 부족해서 독버섯을 삼켰다. 내 오장육부가 어떻게 망가질지 염려하지 못했다. 화려한 독버섯의 외모에 탐을 내거나, 무난한 모양이니 문제없을 거라고 상대를 간과해버리면서 스스로 망가뜨렸다.
약버섯은 찾는 것도,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귀하다. 약버섯이 없었다. 그래도 독버섯을 먹는 건 무식한 짓이다. 나는 역병이 도는 기근 속에서 시체라도 파헤쳐 먹어야 하는 상황에 타협했던 것이다.
내가 곤고한 자였기에 분별하지 못했고, 판단하지 못했다. 시체를 파헤쳐 먹고서 느낄 자괴감, 독버섯 독이 온몸에 퍼지는 죽음의 고통 속에 나를 내던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곤고함과 나약함에 홀로 서기를 하지 못할 때,
그때가 바로 버섯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