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야씨 Oct 26. 2021

제목을 입력하세요

소설 조각모음 #12. 그 그리고 그놈




여자가 놀란 얼굴로 남자를 돌아보는 걸 보며 와.. 여기서 이렇게 작업을 건다고? 제법이네? 아까의 우울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카운터 앞의 남녀를 보는 내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여자는 소파를 노려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놈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심드렁했던 알바생의 눈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반짝거렸던 어제의 편의점.



"네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여자는 당황스럽고 화난 마음을 누르며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핸드폰을 여자에게 내밀며 남자가 말했다.



"이거 떨어뜨렸더라?"


"왜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 거야?"


"네가 저 커다란 문짝과 이마 키스를 하고 핸드폰을 떨어뜨린 것도 잊은 것 같길래...

내가 좀 거들었을 뿐이야. 

여전히 잘 흘리고 다니는구나?"


"뭐라고?"



피식 웃으며 대꾸하는 남자의 하얀 손에서 핸드폰을 가로채듯이 건네받은 여자가 남자의 말에 급발진을 준비하는 찰나, 앞에 있던 알바생이 맥주와 얼음을 담은 비닐봉지를 남자에게 내밀었다. 급발진하려던 마음을 꼬깃꼬깃 겨우 접어 넣은 여자는 '아.. 또 말려들지 말자... 빨리 집에 가야겠다...'라고 짧은 숨을 내쉰 뒤 곧장 편의점을 뛰다시피 박차고 나왔다. 여자가 내는 우다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뒷얘기가 궁금한 알바생을 눈빛이 흔들렸다.



"야, 얼음 가져가야지. 

그나저나 이 시간에 무슨 얼음이야, 

너 또 보드카 마시려고 그랬어? 

요즘도 잠이 잘 안 오는 거야?"



뒤따라 나온 남자가 여자의 뒤통수를 향해 큰소리를 말하자 조용했던 골목이 여자를 쏘아보는 것 같았다. 여자는 뒤돌아 보지도 대꾸를 하지도 않고 박차고 나왔던 걸음에 조금 더 속도를 내 빠른 걸음을 걸었다. 집으로 향하던 마지막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빨간 멈추시오를 알리기까지 내내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랬다. 멈추고 보니 꼬깃꼬깃 접어둔 마음이 다시 급발진을 시작했다. 아까부터 뒤를 쫓던 남자의 발소리에 한마디 퍼부어 줘야지 싶어 몸을 돌렸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던 몸이 아까의 키스처럼 또 '꽁!'하고 무언가에 부딪혔다. 갑작스러운 충돌에 머리에 쓰고 있던 빨간 모자가 바닥을 두 바퀴 굴렀다.



"넌 대체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내 속을 뒤집어 놓는 거야? 대체 왜!!"



여자는 떨어진 모자를 집으며 원망하는 말을 내뱉으며 남자를 올려봤다.



"아니.. 그게 아니라..."


"........?!"



여자의 예상과 달리 여자를 따라오던 발소리는 그놈의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충돌과 생각지 못했던 원망의 말을 듣은 남자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놔.... 오늘은 정말 되는 일이 없네.... ' 여자는 모자를 손으로 툭툭 털면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아, 미안해요. 아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



당황스러운 상황인데도 다정하게 대답해 주는 그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횡단보도를 바쁘게 건넜다. 길을 건너오니 이 상황을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던 그놈이 배시시 웃으며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지연우!"








미지근한 매거진 } 에서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목을 입력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