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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Mar 23. 2019

가족들을 위해 설탕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합니다

죽음으로 다가가는 삶에서 행복을 말하는 것

*'Abantu mu Uganda'는 '우간다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알프레드 씨는 내가 일하는 PMM Girls' School의 선생님이다. 처음 그와의 만남은 루소가 수업 때문이었다. 우간다 진자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인 루소가는 우간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루간다와 꽤 비슷한 편이지만 언어 사용자 자체가 적다 보니, 한국인인 내가 배울 기회를 얻는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인 중에 루소가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한국인 중에 루소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10명은 되려나 모르겠다) 알프레드 씨는 언제나 내게 파이팅을 준다. 한 번은 알프레드 씨가 갑작스럽게 쪽지시험을 내는 바람에 65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웃으면서 '65점이면 훌륭하다'라고 나를 추켜세웠다(글로 보면 비아냥 같지만 정말 칭찬이었다).

휴대전화가 더 눈에 들어오지만, 내 루소가 수업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주시는 알프레드 씨(2019.03.22)

널드: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간단하게 본인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알프레드: 네 저는 PMM Girls' School에서 농업 과목을 가르치고, 시험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알프레드입니다. 
널드: 조금 개인적인 질문이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혹시 알프레드 씨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알프레드: 이제 올해로 쉰이네요. 
널드: 아 정말요? 그러면 이 학교에서 근무한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알프레드: 1991년에 교편을 잡았고, 94년도에 이곳 PMM에 왔으니 거의 25년 정도 되네요.

91년에 태어난 내가 91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한 선생님과 이렇게 허물없이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널드: 혹시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알프레드: 제 아내와 아이 네 명과 함께 살고 있어요. 첫째가 S1(우리나라로 따지면 중1)이에요. 아들 셋, 딸 하나죠.
널드: 오. 보통 우간다에서는 결혼을 일찍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알프레드 씨 아이들은 제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네요?
알프레드: 하하. 제가 결혼을 조금 늦게 한 편이기도 하고, 원래 첫째 아이가 있었는데 세상을 떠났어요.
널드: 아. 그런 슬픈 일이 있었군요. 혹시 어쩌다 첫째 아이가 그렇게 됐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알프레드: 저도 사실 아직까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첫째는 빛도 못 보고 세상을 떠난 거라서... 아시겠지만 우간다 병원이 그렇게 믿음직스럽지도 않고 의료 기술이 뛰어나지도 않아서 아이가 사산됐을 때 왜 그렇게 됐는지 의사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제 추측으론 출산 과정에서 탯줄이 목에 감겨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해요.

아프리카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프리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대륙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라, 누구나 일찍 죽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다. 영아 사망률에는 집계조차 되지 않을 이 아이는 이곳에서 단 한 명이 아니다.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죽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연간 400만 명이다. 젊은 인구가 많기에 희망적인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평균 연령이 젊다는 것은, 평균 연령이 높은 나라보다 그곳이 죽음의 위험에 훨씬 가까이 있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널드: 정말 안타깝네요. 당시에 아이 엄마 건강은 괜찮았나요?
알프레드: 다행히 아내 건강은 크게 이상 없었어요. 다만 첫째가 그렇게 된 뒤로 아내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죠. 20년이 지났지만 아주 가끔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아내는 눈물을 보이곤 합니다.
널드: 그럼 아이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한동안 아이를 낳지 못했네요.
알프레드: 첫째가 그렇게 됐지만 신은 신이니까 그분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추슬렀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그렇게 5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어요. 저랑 제 아내뿐만 아니라 양쪽 부모님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저희는 정말 아이를 갖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5년을 기다리다가 아이가 태어났으니... 정말 기뻤죠. 

이곳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아이를 낳는 것을 신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제나 '이 아이가 내 생에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아이라면, 유일한 아이라면 어쩌지'이다.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가장 큰 축복들(2019.03)

널드: 알프레드 씨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알프레드: 별 것 없죠. 가족이 원하는 걸 충족시켜줄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니까요.
널드: 가족이 원하는 걸 충족시키는 게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알프레드: 설탕이 필요할 때 설탕을 살 수 있고, 마토케가 필요할 때 마토케를 살 수 있는 그런 거죠. 
널드: 그렇다면 반대로 그걸 하지 못할 때 가장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기도 한 건가요?
알프레드: 맞아요. 집에 설탕이 떨어졌는데, 돈이 없어서 설탕을 사 올 수 없을 때, 아이들이 학교에 갔는데 학비를 못 내서 그대로 돌아올 때, 마음이 아픕니다. 자주 그러진 않고 월급날 월급을 못 받았을 때 그래요. 
널드: 학교에서 임금 체불될 때가 종종 있나요?
알프레드: 정말 어쩌다 가끔씩 있어요. 이곳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니까요.
널드: 이렇게 인터뷰에 내밀한 이야기까지 덤덤하게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알프레드: 아니에요.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 주 루소가 수업 때 봐요.
언제나 친절한 무키사 알프레드 선생님(2019.03.22)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가까워진다. 이곳 사람들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속도가 우리보다 더 빠르다. 그러니 다만 오늘 가족을 위해 설탕을 사 오는 것에서 행복을 말해야 한다는 것. 그 사실을 이미 깨우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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