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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Apr 14. 2019

91년생인 내가, 책에서나 봤던 최루가스를 맞았다

나는 두 시간 동안 아비규환인 우간다 진자 시내에 갇혀 있었다

*Abantu mu Uganda는 '우간다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토요일 아침,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내 폭죽 소리도 들렸다. 금요일 저녁, 진자 타운 중심가에 있는 아파트에 거처를 구한 동료 단원의 집들이를 했고 그곳에서 묵었던 터라 처음엔 시내의 생기 넘치는 아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요일 아침부터 폭죽을 터뜨리는 건 아무리 흥 많은 아프리칸이라도 쉽지 않은 일일터, 무슨 일인지 보기 위해 4층 복도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내 귀를 때렸다. 결코 폭죽 소리가 아니었다. 보병 K-201 사수 출신으로 짐작컨대 이 정도 굉음은 유탄이 터질 때나 나는 소리였다. 앞집에 사는 이집트 출신 무하마드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 위해 무하마드에게 다가갔다. 순간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앞을 보기 힘들었고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아파트 4층 복도는 연기로 자욱했다. 무하마드에게 인사를 채 마무리하기도 전에 나는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왔다. 

골든 시티 건물 4층. 불과 20시간 전에 최루가스가 터졌던 곳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온하다(2019.04.14)

최루탄이 터진 것이다. 나는 최루가스를 책이나 영화에서나 봤지 실제로 마셔 본 적이 없는 세대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91년생에게 최루가스는 그러한 존재다. 경찰과 대치하는 집회를 몇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지만, 최루탄을 터뜨리진 않았다. 우리나라 경찰은 기다란 봉에 카메라를 꽂아 들고는 지금 경찰과 대치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다 녹화하고 있는 중이라는 경고를 하는 게 전부였다. 이곳 진자 경찰은 진자 타운 거리 한복판, 그러니까 내가 있던 아파트 바로 앞 거리에 최루탄 여러 방을 터뜨렸고, 그 최루가스가 아파트 4층까지 올라온 것이다. 집에 돌아가야 했는데 최루가스 때문에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최루가스가 견디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갑작스럽게 발포되기 때문이다(2019.04.13) 


최루가스가 좀 잠잠해지는 것 같아, 다시 복도로 나와 시내를 봤다. 우간다에 산 지 2년 정도 된 무하마드가 상황을 설명해주려고 애썼다. 누군가 진자 타운으로 들어오려고 하는데 경찰이 그 차를 막고 사람들이 그 차를 지키려고 하자, 최루탄을 터뜨려 사람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사람들이 하얀색 SUV를 둘러싸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카메라 기자들은 그 광경을 찍고 있었다. 

흰색 SUV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이렇게 방심하는 와중에 갑자기 최루탄을 발포한다(2019.04.13)

나도 4층 복도에서 카메라를 들고 상황을 찍었다. 그 순간 다시 몇 차례 굉음이 들렸다. 흰색 SUV를 견인하기 위한 차량이 왔고,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다시 최루탄을 쏜 것이다. 또다시 매캐한 연기가 진자 타운을 뒤덮었고, 나는 집안으로 대피했다. 


뭐가 됐든, 나는 내 집으로 가야 했고 그래서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본 진자 타운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아파트 주변에서 뛰어다니는 한 남성을 붙잡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물어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Dr. Besigye가 왔어요."

"Dr. Besigye? 누군가요?"

"우간다 대선 후보인데 오늘 진자에 와서 라디오 방송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경찰이 라디오 방송을 막고 그 사람을 캄팔라로 끌고 가려하고 있어요!"

SUV에서 나와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하는 Besigye(출처: Daily Monitor)

Dr. Kizza Besigye는 2001년 우간다 대선부터 2006년, 2011년, 2016년 대선 후보로 나온 대권주자로 우간다 정치계 거물 인사였다. 우간다 FDC 정당의 대표이자, 34년째 정권을 잡고 있는 Musveni 현 우간다 대통령의 정적인 셈이다. 우간다 사람들이 Museveni를 지겨워한다는 현지인들의 말을 절감한 게,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Besigye를 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무세베니와 베시지예(출처: PMLdaily)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 남성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이 건물 지하에 있는 한 여자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에요. 최루 가스 때문에 여기 지하실로 도망쳤는데, 거기도 최루가스가 자욱해서 의식을 잃었다고요!


최루탄으로 사람들이 다 흩어지고 나서야, 경찰은 Besigye가 타고 있던 흰색 SUV를 견인해갔다. 차가 견인되어 가는 도중에 Besigye는 선루프를 열고 나와 손을 흔들었고, 사람들은 그에게 환호했다.

Besigye가 탄 차를 견인하는 과정. 얼마 지나지 않아, Besigye 수행원이 견인 줄을 끊고 진자 시내로 재진입했다고 한다(2019.04.13)

하지만 여전히 몇몇 사람들은 아파트 지하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눈물과 콧물을 닦아 가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최루가스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의식을 잃은 임산부를 들고 가는 사람들. 사진 우측에 내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준 남성(검은 반팔티)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출처: Daily Monitor)

그날 Museveni는 정적의 라디오 방송 출연을 저지한 것에 성공해 안도했을 것이다. 그날 Besigye는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준 이들을 보며 뿌듯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두 시간 동안 한 명의 임산부와 이제 갓 한 살 된 한 명의 아이는 최루가스로 의식을 잃었다. 


*관련기사 - https://www.monitor.co.ug/News/National/Expectant-mother-collapses-Police-teargas-Besigye-supporters/688334-5070154-wt9mcc/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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